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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Aug 12. 2022

도시의 사람들

에세이

  사람의 소리가 사라져 풀벌레 소리로 번잡해져 버린 시골이 싫어서 도시로 떠났다. 무일푼으로 도시의 아스팔트를 밟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높은 빌딩과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숨이 막혀 골목으로 벗어나니 오래된 건물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옅은 신음을 하며 숨을 쉬고 있었다. 죽어 사는 사람들만이 도시에 가득하다는 걸 알았다. 도시도 시골도 어느 한구석도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차라리 죽고 말지, 지쳐 앉은자리에는 담배꽁초와 버려진 커피 컵만 가득했다. 버려진 플라스틱 컵 속, 얼음이 녹아 빛이 반짝였다. 예뻤다. 나는 그처럼 버려진 것만을 사랑했었나.

  진한 하수구 냄새에 자리에서 일어나 플라스틱 컵을 들고 걸었다. 숨을 곳 하나 없는 도시의 빛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저 빛으로부터 도망쳤다. 나의 그늘은 어디에 있는 걸까.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질문들 속에 뱀은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작은 원을 만들었다. 검붉은 뱀의 혀는 따스하게 목을 감싸 안았다. 따뜻하면서도 독한 독의 냄새는 포근한 위로의 말처럼 조금씩 살결을 파고 들어갔다. 목의 뼈가 드러날 때쯤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땐 병원에 있었다. 누군가 죽어가는 나를 병원에 신고했다고 했다. 침상에 누워 옅게 말을 해본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숨을 쉬는 것 외엔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그제야 도시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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