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텔 이틀 후기

하루 1000자

by 인문규

대학교 개강이 밀어짐에 따라 잠깐 본가에서 내려와서 고시원에서 지낼 생각을 하고 주변 고시원을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뭔가 불안한 기색이 넘쳤다. 뭔가 관리가 안된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주변에 모텔도 없고 해서 일단 들어갔다. 입구에는 홀아비 냄새가 풍겼다. 그것도 아주 진한 홀아비 냄새가. 군대에서 맡아본 일례로 처음 겪는 일이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어차피 조금만 지낼 곳이니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관리자 아주머니는 내가 지낼 방을 보여줬다. 기존에 살던 방의 1/3도 안 돼 보였다. 게다가 이전 세입자 머리카락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어서 아주머니께 입주하면 청소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아주머니는 알았다고 하셨고 가격도 현재 코로나 때문에 한 달에 30만 원이던 기존 가격에서 17만 원으로 깎아주신다고 말씀하셔서 바로 계약을 했다.

다음 날, 나는 임시거처에서 고시텔로 짐을 가지고 갔다. 카운터에는 아주머니가 계시지 않아서 전화를 드렸더니, 잠깐 상경했다고 오후에 오면 도와주시겠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어쩔 수 없이 비밀번호만 전달받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바닥이며 세면대 변기통까지 이전 세입자의 머리카락이 고스란히 있었다. 분명 청소를 해주신다고 하셨는데, 깜빡하신 건가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짐을 풀고 작은 방을 깨끗이 청소해야 했다. 청소를 끝내고 고시원 내 공용시설을 둘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간 공용 식당은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었다. 밥통을 열어보니, 밥통 주변에 머리카락이며 굳은 밥알이 군데군데 끼어있었고 음식물 쓰레기통은 꽉 차서 뚜껑이 채 닫히지도 않는 상태로 설거지대 위에 있었다. 역겨움을 참고 냉장고 문을 열어봐도 상태는 다를 게 없었다. 이곳에서 밥은 따로 주변에서 사 먹어야겠구나 싶어서 다음 장소인 공용 세탁실로 들어갔다. 세탁기 4개 세탁기 자체도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세탁실을 살피고 나가려던 차에 누군가 들어와서 얼굴을 보니, 편의점 진상 손님이었다. 최근 몇 주 동안 보이지 않아서 행복했는데, 같은 고시원에서 살게 된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인사를 했을 때(아차 싶었다.), 그가 누구? 하며 기억하지 못했음에도 나는 왜 그랬는지, 편의점 알바라고 말을 해버렸다. 그제야 또 사람 좋은 표정 하고선 내게 여기 사냐고 물었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단답형으로 말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3시였다. 곧 운동을 하러 가야 했지만 조금만 쉬자고 생각하고 히터도 안 나오는 방에 누웠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방안에 냉기가 서려 눈을 떠보니, 이미 10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불을 더 껴안고 잤다.

다음 날, 조금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곧바로 어제 약속했던 방 청소 관련하여 카운터에서 계시는 아주머니께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카운터에서 나와서 너무도 당당하게 방청소를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짜증이 났지만 좋게 얘기를 해보려고 다시 방 청소를 하셨냐고 말을 했지만 여전히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슬슬 짜증이 났다. 거기에 아주머니께서는 무엇이 문제냐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같은 얘기를 반복하던 중에 바로 옆방에 있던 문이 열렸다. 불이 꺼져 있고 그곳에 목발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1) 다루마처럼 생긴 한 남자가 얼굴만 반쯤 내밀고서는 내게 시선을 멈췄다. 나는 그 남자와 2분가량 시선을 맞췄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쳐다봤다. 조금 오싹한 기분이 들어, 아주머니와 몇 마디 대화만 주고받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편의점 진상, 위생 상태, 아주머니의 태도, 쾌쾌한 냄새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한 달 계약이었지만, 당장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장에 갈 준비물을 챙기고 카운터에 가서 아주머니께 계약 해지와 일정 금액만 환불이 가능한지 물었다. 아주머니는 처음엔 환불이 안 된다고 그냥 있어라, 왜 나가냐고 묻기에 위에 불만사항을 다 말하면 서로 불쾌해질 것 같아 그냥 원래 지내던 곳으로 가서 지내야겠다고만 말했다. 아주머니는 반만 환불해주겠다고 말하며 그거라도 받고 나가라고 했다. 아주머니의 태도가 조금 불쾌했지만, 도장 시간에 얼마 남지 않아서 알았다고 말을 하고 도장에 갔다.

도장에 가는 길에 어머니께서는 전에 살던 원룸 혹시 며칠만 입주 가능하냐고 물어보라고 하셨다. 운동이 끝난 직후 원룸 사장님께서 연락을 드렸다. 사장님께서는 비슷한 가격대에 10일 정도 방을 빌려주시겠다고 하셨다. 다행히 전에 살던 곳에서 방을 깨끗하게 사용했더니, 사장님께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살던 집과 고시텔의 거리가 도보로 5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1시간 안에 모든 짐을 옮겼다. 처음 자취 시작한 방에 다시 머물게 되니 조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그간 밀렸던 빨래를 하고 보일러를 틀고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고시텔에서의 이틀은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고시원을 소재로 한 공포체험을 한 기분이었다. 비하는 잘못된 거지만, 그 안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차림새와 특히, 다루마를 닮은 사람으로 인해 그 기분이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내가 진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 편으로는 죄송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다시는 싼 가격에 선뜻 방을 계약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1) 다루마 : 일본 전통인형으로 달마대사의 좌선을 한 모습을 본떠 만든 일본 전통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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