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집니다.
도시의 가로등 빛이 내일을 맞이하라는 듯 밝아옵니다.
그렇게 밤과 가까워지는 하늘을 보며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홀로 걷고 있습니다.
이윽고 닿을 곳은 다리 밑입니다.
고된 하루를 보낸 자동차들이 그 위를 지나갑니다.
저는 그곳에서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고는 수고했다, 고생했다, 또는 그랬구나 하며 맞장구를 쳐줍니다.
아이를 달래듯 그렇게 토닥이다 보면 제 하루가 가득 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 누구도 제 이야기와 외로움에 귀 기울여주지 않기에
그렇게라도 위안을 받고 싶었나 봅니다.
언제쯤이면 홀로서기가 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대답을 듣기 싫은 걸 수도 있습니다.
스물일곱,
누군가는 사회에서 조금씩 빛을 뿜어내고 있을 무렵인 나이.
저는 다리 밑 어둠 속에 있습니다.
저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저를 당신의 빛으로 감싸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