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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Aug 24. 2022

약속

에세이

  매듭에 묶여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는 미래로 가지 못하고 현실에 주저앉아 있었다. 손목에 멍이 들고 피가 맺힐 때, 현재의 나는 칼을 들고 매듭을 끊었다. 끝없는 절벽 속으로 떨어져 버린 매듭은 소리 없이 떨어진다. 죽은 걸까, 잠시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과거는 없을 것이다. 과거 보일 때면 언제고 절벽에 밀어 현재의 나를 뒤돌아보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현재의 나는 더 이상 절벽을 내려다보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가야만 한다. 진눈깨비와 가랑비가 쌓인 추운 바다를 건너 이 이야기의 끝을 향해 가야 한다. 손목이 아리다. 피가 맺힌 손목은 바닷물에 따끔거린다. 언젠가 이 바다도 잠잠해지고 바닷물이 허리춤에 닿아 다른 육지에 다다랐을 때 이 순간을 한 번 뒤돌아 기억할 것이다. 최초의 해방과 미래의 성공과 영광을 바라보며 내가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정진해나가자. 가끔은 어둠이 빗물처럼 쏟아져 온 몸을 적시더라도 기분 좋은 웃음 지으며 그조차 행복으로 만들 수 있게 마음을 굳건하게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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