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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Apr 01. 2023

0331 갑작스러운 해고

하루 10분 일기 쓰기

am 04 : 13

하던 아르바이트가 잘렸다. 너무 억울해서 잠도 안 온다.

3월 28일 남자 점장님께서 원래 하던 근무 요일을 주말로 옮길 수 있겠냐고 문자가 와서 스케줄상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알았다고 문자가 오고 끝난 줄 알았다. 근무 시작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3월 31일 근무 시작 전 남자 점장님께서 여자 점장님이 오늘 할 말도 있고 새로 올 아르바이트생 교육 있어서 11시에 오신다고 했다. 내 근무 마감 시간인 12시가 지나도 오질 않아서 한참 기다리고 있었는데, 늦잠 자서 늦게 왔다고 했다. 이것도 어이가 없는데, 하는 소리가 근무 스케줄 조정이 불가능하면 다음 근무자 올 때까지만 일해달라고 했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 자리에서 개인사정으로 인해 요일 변경 못 해 드려서 죄송하고 알겠다고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봐도 이건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내가 왜 죄송하다고 했을까? 진짜 멍청이처럼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근무하기로 했던 6개월도 아니고 1개월 만에 잘려서 이것저것 알아보니 '해고 예고 수당'이란 게 있었다. 처음엔 나도 해당되는가 싶어서 알아보니 2019년부터 법이 개정되어 3개월 이상 일해야만 받을 수 있는 거였다. 점장님이 이걸 알고 해고 통보한 걸까? 내가 근무태만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요일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잘라버렸는데, 아무것도 못 받는 게 너무 억울하다. 법이 그렇다는데 내가 어쩔 수 있을까. 그냥 이렇게 일기 쓰면서 하소연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걸.

사소한 것 하나하나 꼬여가는 게 너무 싫다. 이럴수록 너무 비참해진다. 그래도 하나 알게 된 게 있다면, 집에 있을 땐 내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았는데 일도 곧 잘하고 사람들도 말 섞는 게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사람과의 관계에 유연해졌다는 거. 내가 예전에 비해 우울증을 벗어났다는 것. 그거 하나는 건진 것 같다고 이렇게라도 위로해야지.


벌써 어느덧 스물여덜인 난, 내 인생에서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대체 언제쯤...


pm 04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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