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샤이닝

하루 1000자

by 인문규

요즘 하루 일과가 항상 꽉 차 있어 매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출판 편집자로 진로를 잡고 난 뒤부터는 매일 같이 짬을 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학생 입장에서는 밤새 과제를 해야 하고 학회장으로서 신입생들의 불만 사항이나 공지 사항에 대해 신경을 계속 쓰고 있다. 주말이면 부족한 생활비에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몸이 3개라도 부족한 상태이다.


1주일 전에 이런 반복된 생활 속에서 작은 균열이 생겼다.

학교에서 학회장으로 지내면서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공지를 올리고 나면 항상 뒤늦게 그 문제에 대해 묻는 학생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중에 A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A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늦게 학교에 들어왔다. A는 나름 중산층 집안에 비범하진 않더라도 경험이 많아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나는 취업하지 않고 부모님의 집에서 계속 글 쓰고 게임하며 살 거라고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인 것 마냥 항상 안부 차 전화하면 게임한다, 만화 본다, 왜 전화했냐 묻는 사람이었다. 글로만 보면 정색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A는 나름에는 장난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점이 다소 서운했었다. 항상 이렇게 말하던 A는 사이버강의가 시작된 후로 자꾸 뒤늦게 내게 공지사항에 올려놓은 글에 대해 되묻거나 과제에 대해 물어봤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 호응해주며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글 좀 보라고 말했다. 2~3주 차쯤 계속된 행동에 만화나 책 좀 그만 보고 공지사항을 제대로 보라고 말했다. 그러자 A는 되레 욕하면서 작작하라고 말하며 자신이 언제 책이나 만화 보고 있었냐고 말을 그딴 식으로 하지 말라고 짜증 냈다. 덧붙이면서 평소에 내가 자신과 B형에게 무시하는 투로 얘기한다며 대체 네가 우리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어느 정도 할 말이 없었다.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좀 더 성취적인 사람이 있으면 했다. 나도 작게나마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그러하기를 요구했던 것 같다. 늦게 시작한 만큼 같이 나아가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서 사귄 사람들 중에 그러지 못했던 사람이 대다수였고 그들도 그랬다. 항상 시간을 허비하면서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챙기려고 하면 할수록 서서히 지겹고 버겁기만 했다.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어야 했지만 내 욕심에 그럴 수 없었다. 그때부터 그들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 것 같다. 그에 따라 내 말투도 서서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 같다. 형들은 그게 항상 서운했던 것 같다. 나는 나대로 그런 그들에게 서운했다. 결국 일이 터졌고 아무리 말을 해봐도 서로의 입장이 굽혀지지 않았다. 결국 지친 나는 잠정적으로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일이 있는 직후 처음으로 사람 때문에 두통이 생겼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대체 왜 나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모든 것이 지치기만 했다. 학기 시작 전부터 코로나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무력했던 순간이 다시금 찾아온 것만 같았다. 며칠 전부터는 특정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으면 심장에서 무엇인가 밑으로 퍼지듯이 내려가면서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자리에 자주 앉을 수가 없을 정도로 불안한 기분이 맴돌아서 최근까지도 그 자리에는 앉지 못하고 있다. 간혹 자기 전에도 비슷한 증세가 보이기도 하지만, 금세 가라앉는다.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몰라서 불안하다.

예전에는 주변에 지인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언제쯤이면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언제고 혼자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밖에서는 오랜만에 비가 온다. 답답한 마음이 한 움큼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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