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재창작하기-구렁덩덩시선비
옛날 어느 고읍의 마을 최고 부자였던 장자에게는 근심이 하나 있었다. 그에게는 3명의 딸이 있었는데, 그중 셋째 딸이 항상 문제였다. 사춘기에 들어서고부터는 자신은 사람의 신기한 것을 볼 수 있다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마을 사람들을 쳐다보며 기괴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장자의 가족이 장날 되어 물건을 고르고 있으면 장사꾼들이 그들에게 눈치를 주곤 했다. 장자는 그게 여간 신경이 쓰여, 매일 밤마다 셋째 딸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렇게 근심을 앓던 어느 날, 그의 집 옆에 동냥을 하던 거지가 자신의 아들을 데려왔다. 그의 아들의 얼굴을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이 얼굴에 수포가 일어 구렁이 새끼처럼 흉측한 꼴이었다. 그럼에도 눈빛은 올곧아서는 장자와 대등한 신분인 것 마냥 쳐다봤다. 장자는 언짢은 마음에 자신의 집에 썩 나가라 소리쳤지만, 거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에 대해 설명했다. 자신의 아들은 인물이 헌칠하고 힘도 좋지만, 배가 곪고 오랜 떠돌이 생활을 한 터라 본래의 잘생긴 얼굴과 지성이 가려진 것이라 말하며 장자의 막내딸이라면 다른 이들과 달리, 이를 제대로 볼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장자는 거지의 헛소리에 어이가 없었지만,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막내를 정신 차리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항상 거슬렸던 거지를 함께 보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꾀를 내어 내기를 걸었다. 자신의 세 명의 딸이 모두 거지의 아들을 혐오한다면 당장 집 근처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며 한 명이라도 아들을 마음에 들어한다면, 그의 아들을 우렁이 각시로 맞이하겠노라 말하였다. 거지는 자신이 있다는 듯이 알았다고 말했다. 장자는 노비에게 마을에서 놀고 있는 딸들을 불러오라고 했다.
딸들이 집에 들어오며 장자의 옆에 앉았다. 장자는 내기에 대해 설명을 하고 거지의 아들을 방으로 들였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기겁을 하며 흉물스러운 그를 보곤 냉큼 꺼지라며 집안의 물건을 마구 던졌다. 그러나 셋째 딸은 거지의 아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가히 절세미인이구나, 하며 그의 손을 잡고는 이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장자는 속으론 쾌차를 불렀으나, 바깥으로는 안타까운 듯 한이 담긴 연기를 하며 셋째 딸에게 이유를 물었다.
셋째 딸은 다소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과 나의 언니들은 어찌 사람의 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십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이 남자의 눈빛에는 용과 범의 기운이 함께 느껴지옵니다. 분명 천하를 호령할 사람인 것입니다. 분명 거지꼴을 한 이 남자의 부모는 신의 사자가 아닐까 감히 예상하옵니다.”
장자는 그녀의 헛소리에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기에 진 것을 받아들이며 그를 우렁이 각시로 받아들였다. 장자는 건너편 마을에 그들이 살 땅과 집을 사주고 노비를 보내주었다. 셋째 딸은 기뻐하며 그가 무관 시험에 붙을 것임을 확신하고는 지극정성으로 내조했다.
*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셋째 딸은 약관이 되었다.
평범하게 지내던 어느 날, 장자는 셋째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지원금을 모두 끊겠다는 편지였다. 셋째 딸은 아버지에게 받은 편지를 받아선 남편에게 편지를 보여줬다. 그는 편지를 보고는 해결할 자신이 없자, 자신에게 이것을 왜 보여 주냐고 되레 짜증을 내며, 뒤돌아 누우며 잠을 자는 척했다. 셋째 딸은 그의 행동에 울컥하여 그의 어깨를 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그를 본 셋째 딸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여전히 얼굴에 수포가 가득했고 못생겼으며, 호리 했던 몸은 살만 뒤룩 쪄선 뱃살이 아랫도리를 덮어 있었다. 천하를 호령할 것 같았던 또렷한 눈은 어느새 쾡 한 동태 눈깔이 되어있었다. 짐승이 따로 없었다.
며칠이 지나도 남편은 변함이 없었다. 지원금이 끊기자 급속도로 가세는 기울기 시작했고 여전히 남편은 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제야 셋째 딸은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거짓말로 아버지에게 지원금을 받아오겠다고 말하고는 집을 떠나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왔다.
대문을 두드리고 들어간 문 앞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자가 서 있었다. 장자는 초췌해진 셋째 딸의 얼굴을 보자 속상하였지만 한 편으로 통쾌했다. 장자는 셋째 딸을 꼭 안아주며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여 꺽꺽거리며 말했다.
“사춘기는 끝났느냐?”
셋째 딸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얼굴을 파묻고 울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