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게 버겁다. 단호하게 말하자면 귀찮고 거슬린다. 언젠간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알지만,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은 뒤 답장이 오길 기다리다 무응답으로 끝나버렸을 때 오는 어색한 분위기와 그들에게 내 말에 관심이 갔을 거란 기대를 가졌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이런 계산적인 관계가 너무 지친다.
가끔 이런 날이면 아주 먼 미래에 이런 인간관계 따위는 필요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성공해 버린 나를 공상해 본다. 돈이 많거나 혼자서 살아가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마음을 가질 수만 있다는 가정하에 이런 인간관계 따위는 당장에 끊어낼 것이다. 그들이 나를 상상했을 때 나를 놓친 것을 후회하고 그때 조금만 잘해줄 걸 하는 대화를 가졌으면 싶다.
뭐 이건 분명히 공상영화에나 나올 법한 허황된 얘기이고 현재에 나는 안타깝게도 아직 누군가에게 빌붙어사는 빈대 같은 사람이다. 그들에게 지금의 내가 해충 같이 느껴지더라도 좋다. 자존감 따위는 이미 바닥을 찢고 널부러진지 오래이다.
같잖게도 믿지도 않는 신을 그들에게 투영하여 더러운 침을 흘리는 군중 속 한 명이 되어 먹다 버린 마음과 정, 관심 한 방울을 달라고 애원하며 군침을 흘려본다.
'작은 신이시어, 당신이 길가에 버린 쓰레기에도 온정이 있나니, 볼품없는 마음일지라도 제가 하사하시어 작은 온정을 베풀어주십시오. 걸레처럼 찢겨 더는 쓸 수 없는 가슴에 덧대어 쓸 수 있는 녹슨 바늘과 짧은 실 한 가닥이라도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