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가는 꿈

하루 1000자

by 인문규


1월 9일이면 대학 동기가 3사관 학교에 재입대를 한다. 대견하기도 하고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걱정을 하다가 잠든 오늘 밤의 꿈속에서 내가 다시 군대를 가는 꿈을 꿨다. 아무래도 군대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포인트가 이상한 곳으로 내 쪽으로 빠진 듯싶다.


나는 항상 군대 꿈을 꿀 때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붙는다.

첫째, 밤 6시에 시작된다.

둘째, 자각몽이다. - 군대에 왔다는 이유가 자각을 각성하게 한 듯하다.

셋째, 전역 1~2일 전일 것.

넷째, 말년 휴가를 복귀한 날부터 시작.

다섯째, 내가 전역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예외 - 가끔 유격훈련이나 혹한기를 하던 중일 때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항상 휴가 가방을 메고 온 내가 휴가 복귀 신고를 하면서 시작된다. 이번 꿈도 마찬가지였다.


행정반에서 근무하고 있는 후임들과 행정보급관님이 보인다. 내 후임들의 계급이 원래라면 상병을 달고 있어야 했지만 병장을 달고 있다. 아무래도 내가 전역하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 계급이 병장이어서 그런 것 같다. 꿈속에서의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그들과의 순간들이 너무나 애틋하게 느껴진다. 나는 항상 그들에게 잘 지냈느냐 묻고 그들은 그저 할 만했다고 말하며 벌써 병장을 달았다며 자랑한다. 나는 그간 고생 많았다고 말하고 그들은 괜찮다고 말하며 그간 잘 지냈느냐 대꾸한다. 나는 밖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말해준다. 그러면 그들은 열심히 살았네 하며 웃는다. 옆에 있는 행보관님은 말없이 웃고 계신다. 내가 있었던 부대의 행보관님께서는 원사셨다. 46살이었지만 50대보다 더 나이가 많아 보여서 아버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예전처럼 행보관님 뱃살을 만지면서 다녀왔습니다~ 하고 말하면 행보관님은 특유의 아버지 웃음으로 웃고 퍼뜩 짐이나 풀라고 말한다. 경례를 하고 행정반을 나선다.

내 생활관은 행정반에서 제일 멀리 있는 곳이었다. 그곳을 지나다니면서 주변에 후임들이 인사를 해준다. 군화 소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들린다. 복도 끝에 다다르면 내 생활관이 보인다. 문에 작게 뚫린 유리 사이로 생활관을 들여다본다. 생활관에는 불이 꺼져있다. 역시 말년 생활관답게 오전부터 모두 늘어져 있다. 문을 열고 자리에 가서 앉는다. 한두 명씩 일어나 왔냐고 말한다. 다들 꿈속이라 그런지 이상하게도 항상 생활관에서 군복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불을 켜고 중앙에 있는 책상에 모두 모여 앉았다. 다들 나와 같이 군대를 제대한 상태여서 예비군에 온 것처럼 모두 머리가 길고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를 하면서 군대에 있을 때 얘기를 한다. 그들의 대화는 대부분 짧다. 내가 그들의 근황을 알 수 없어서 인지 꿈에서조차 유독 나만 주로 떠든다. 그들은 그때 그 미소를 유지한 채 웃었다. 나는 그게 또 너무 애틋해서 꿈밖에서도 훌쩍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고 취침시간이 되면 가장 친했던 동기와 사소한 대화를 하다가 잠이 든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고 나는 전역 신고식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그렇게 항상 꿈에서 깨거나 다른 꿈으로 이어간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면 아무도 없는 방이 가끔은 너무 쓸쓸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음에 행복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너무도 아쉽게 느껴진다. 그와 함께 그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씁쓸함이 찾아온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꿈속에서 책상에 앉아 대화했던 것처럼 서로의 근황을 묻고 그때와 달라진 점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한 마디라도 더 좋은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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