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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Jun 26. 2022

산소호흡기

에세이

입에 걸쳐 있던 산소호흡기를 떼었다. 답답한 것이 사라지자 낮게 바람이 분다. 향초를 피웠다. 바람이 연기를 타고 흐른다. 죽어 사는 것들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진한 연기는 희석되지 못한 것이 되어 회색으로. 연기를 맡은 발바닥은 검게 썩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노란색으로 그다음에는 연분홍색으로 점차 색이 다양해지더니 검은색으로 진해졌다. 연기는 여전히 회색으로 피어난다. 죽어 사는 것들 그렇게 검은색이 되어 사람이 아닌 사람이 된다.
여기에서 물음을 뱉는다. 회색은 산 것인가 죽어 사는 것과 닮아 있는 걸까. 대답할 수 없어 치졸하게 다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입을 닫았다. 검은 혀를 보여줄 수 없었다. 죽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다시 향초를 피웠다. 잠시나마 회색으로 혀가 변했다
조금은 더 살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나는 죽어 사는 걸까 죽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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