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체생활이 서툴다.
사람 많은 곳에 오래 있으면 지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보다 혼자 있는 고요함이 좋다.
그렇다고 사회를 벗어날 수는 없으니
나는 조용하지만 오래 일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
크게 나서지 않아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관계를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회사에서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법.
그건 아주 작고 개인적인 실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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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루틴 — 나를 다시 채우는 시간
하루 종일 사람 속에 있다 보면
퇴근 후의 시간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생존 시간이 된다.
나는 퇴근하면 가능한 한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다.
핸드폰은 무음으로 두고,
노란 조명을 켜고, 향초에 불을 붙인다.
조용히 차를 마시고, 때로는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다.
그 시간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회복이다.
매일 비워야 내일 또 채울 수 있다.
나만의 조용한 루틴이
직장생활을 오래 지속하게 해주는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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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피하는 법 — 부드럽고 단단하게
회식은 내게 작은 고역이었다.
시끄러운 술자리, 끝나지 않는 농담,
무언가를 애써 웃어넘겨야 하는 분위기.
처음엔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눈치도 봤고, 거절하면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거절에도 기술이 있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나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오늘은 몸 상태가 좀 안 좋아서요.”
“개인 일정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아요.”
“요즘 컨디션을 관리 중이라 회식은 어렵습니다.”
매번 빠지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 다 가지 않아도 된다.
나를 지키는 회피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직장생활을 위한 자기 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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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이 존재하는 기술 —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나는 말이 많지 않다.
회의에서 두괄식 발언을 잘 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길게 이끄는 것도 서툴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나를 드러낸다.
꼼꼼한 문서, 정확한 업무 처리,
필요할 때 내는 명확한 한 마디.
그 몇 가지로도 충분히 존재는 선명해진다.
말보다 태도, 속도보다 방향.
조용하지만 일관된 모습은
결국 주변에 신뢰를 쌓게 만들었다.
무리 속에서 유쾌한 에너지를 뿜는 사람이 아니어도
꾸준히, 안정감 있게,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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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속도로, 조용히 오래
회사 안에서 ‘조용한 사람’은
자칫 존재감이 희미해지기 쉽다.
하지만 나는 조용함 속에서도
충분히 나답게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크게 나서지 않아도,
매일 피곤한 관계를 맺지 않아도,
나만의 루틴과 기준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건
결국 자신을 잃지 않는 데서 온다.
고요하지만 분명하게,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나는 오늘도 나만의 방식으로
‘말 없이 존재하는 기술’을 실천하며
미니멀하게, 그러나 충분히 의미 있게
일을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