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은 없어도 괜찮아.
좋아하는 노래 한 곡, 따뜻한 집밥 한 끼, 기차 창밖 풍경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어느 하루, 아무 계획 없이 당일치기 기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선로 위를 달리는 그 진동, 기차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주었다. 작고 조용한 도시의 시장에서 녹두전을 먹고, 낯선 공원의 벤치에 앉아 라면에 김밥을 곁들여 먹는다. 초코쿠키도 챙겨두었다. 오늘 하루는 소풍이다.
서촌의 좁은 골목을 걷다, 마음에 드는 찻집에 들어간다. 이케아에선 사지도 않을 가구들을 구경하며 내 미래의 집을 상상하고, 노들섬 한강변을 걸으며 바람에 머릴 맡긴다. 어쩌면 묵호 바다까지 내려갈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꼭 바다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책 한 권, 커피 한 잔이면 그 순간이 내겐 여행이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에서의 시간이 가장 호사스럽다. 편안한 침대에 몸을 맡기고, 좋아하는 유튜브 힐링 여행 브이로그를 틀어놓는다. 영상 속 누군가는 아이슬란드를 걷고 있지만, 나는 이불 속에서 충분히 여행 중이다.
생일이 되면 꼭 누가 챙겨주지 않아도 좋다. 단 한 사람이 나에게 “생일 축하해”라고 말해주는 그 순간이면 충분하다. 아니, 사실 내가 나를 축하해주는 것도 괜찮다. 그날은 좋아하는 빅나티 노래를 틀어놓고, 애쉬 아일랜드 목소리를 따라 흥얼거리며 김피탕을 주문해 먹는다. 조금은 특별한 하루, 아주 나다운 방식으로.
행복이란 건 거창한 게 아니었다. 시장 통에서 우연히 맛본 녹두전 한 입, 도서관에서 발견한 마음에 꼭 드는 문장, 호수공원에서 만난 물빛, 폭포 소리에 마음을 맡기는 순간들. 이 작은 행복들이 모여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나는 그렇게 매일, 큰 짐 없이, 당일치기 인생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오늘의 나’다. 그리고 그 여정은 아주 많이,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