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을 보았다.
시장 구석 작은 채소 가게에서 팽이버섯을 100원에 샀고,
탱글탱글한 애호박은 500원.
두부는 500원,
오이는 무려 4개에 1,000원이었다.
천 원 몇 장으로 장바구니가 묵직해졌고,
그걸로 저녁 식탁은 푸짐하게 채워졌다.
된장찌개에 호박 넣고, 오이무침 한 접시,
팽이버섯 볶고 두부전 부치고 나니
그럴듯한 ‘집밥’이 되었다.
식탁 위에 앉은 아이 얼굴도, 내 마음도
배부르고 따뜻해졌다.
살면서 꼭 큰돈이 필요한 건 아니구나 싶다.
돈은 물론 중요하지만,
꼭 ‘많이’ 벌어야만 행복한 건 아니었다.
나는 요즘 적당한 돈이면 충분하다는 걸
조금씩, 자연스럽게 배워가고 있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즐기며, 여유도 누리고, 낭만도 챙기자.
그게 요즘 내가 나 자신에게 주는 다짐이다.
한때는 무조건 더 벌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시간도 에너지마저도 쥐어짜듯 살았다.
‘이렇게 해서 뭐가 남지?’ 하는 허무함도 따라왔다.
하지만 요즘 나는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시간도 자원이다.
돈처럼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니 시간을 낭비하듯 쓰는 여유도 필요하다.
멍 때리는 시간, 생각 안 하고 그냥 바라보는 창밖,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머리를 잠시 멈추고
그냥 낮잠도 한숨 푹 자자.
그렇게 쉬어야 또 다시 걸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별 거 안 하고 쉬는 시간’이
내 마음을 가장 충전시키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시장에서 절약하며 장을 보고,
부족하지 않은 식탁 앞에서 웃고,
낮에 잠깐 멍도 때리고,
저녁엔 조용히 찬송가를 듣는다.
그게 내 하루의 전부지만,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 토닥여주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