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한 지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처음엔 단순한 정리였다.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고, 방을 치우고, 눈에 띄는 것들을 줄여나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물건을 줄였을 뿐인데,
삶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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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늘 시간이 없었다.
바쁘고 피곤했고, 늘 ‘뭔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 속에 살았다.
매일 쫓기듯이 밥을 하고, 아이를 보고, 일을 하고, SNS를 뒤적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나니
시간이 남는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 안에서 작은 능력들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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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능력은, 요리였다.
예전엔 급하게 끼니만 때우기 바빴는데,
요즘은 아이들을 위해 국을 끓이고,
신선한 채소를 다듬고, 남편을 위한 도시락 반찬도 고민한다.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내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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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능력은, 읽고, 듣고, 묵상하는 능력이다.
유튜브 알고리즘 속에 휘둘리던 시간 대신,
내가 좋아하는 찬양이나 기도 묵상 채널을 찾아 듣는다.
책도 다시 읽게 되었다.
진작 사두고 펼치지 못했던 책들을 천천히 읽고 있다.
그리고,
말씀을 읽는다.
하루 한 장, 혹은 몇 절이라도 천천히 음미하며 기도한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편 119:105)
말씀이 내 하루를 비춰주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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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능력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예전에는 늘 ‘해야 할 일’에 쫓기다 보니
아이의 말이 귀에 잘 안 들어왔다.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이 딴 데 가 있던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의 눈을 보고 듣는다.
같이 놀고, 그림을 그리고, 동화책을 읽고,
마당에서 숨바꼭질도 한다.
육아는 여전히 힘들지만,
이제는 놓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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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능력은, 운동하는 힘이다.
몸은 예전보다 가볍고,
걷기나 스트레칭이라도 꾸준히 하다 보니
예전보다 체력도 회복되고 있다.
그 덕분인지 집안일도 전보다 잘 해낸다.
하루에 해야 할 집안일은 줄지 않았지만
몸과 마음이 정돈되니
일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더 이상 억지로 하지 않고,
은혜 안에서 감당하는 마음으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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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건을 줄였는데,
시간이 늘었고
기도가 늘었고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나는 소비를 줄였는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족을 돌보는 손길이 부드러워졌다.
나는 외부 자극을 줄였는데,
내면의 에너지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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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가졌지만 더 많이 누린다.”
이것이 내가 만난 미니멀라이프의 진짜 얼굴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하나님의 질서와 평안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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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33)
나는 줄였고,
그분은 채우셨다.
나는 덜어냈고,
그분은 허락하셨다.
미니멀라이프는 단순히 ‘덜어내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식대로 살아내는 용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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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침대에 누워
찬양을 들으며 글을 쓴다.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기도를 하고,
아이에게 따뜻한 밥을 차린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작은 변화들.
하지만 그 안에
하나님이 일하고 계신다는 확신이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정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