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루틴으로 나를 돌보는 일상

by 소소한빛

오늘 아침에도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 깨우고, 아침 챙기고, 옷 입히고, 유치원 가방 확인하고.

겨우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나면

나 자신은 이미 반쯤 닳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멈춰주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나를 기다리는 메일과 표정관리,

가정에서는 쉬지 않는 돌봄과 끊이지 않는 설거지.


내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갈 텐데,

내가 잠시 멈추기만 해도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다.


그래서 나는 ‘작은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거창한 목표나 완벽한 시간표가 아닌,

내 숨을 지켜주는 아주 사소한 의식들.


아침엔 딱 5분.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 하나를 읽는다.

카운터 위에는 오래된 시집 한 권이 놓여 있다.

읽은 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아, 나도 이런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지.”

그 감각을 다시 기억해 낸다.


퇴근길엔 이어폰을 꽂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들을 때만큼은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직원도 아닌

그냥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다.

창밖의 노을이 번지듯

내 마음도 천천히 풀려간다.


아이를 재운 후,

내가 만든 마지막 루틴은

‘감사 일기 3줄 쓰기’다.

처음엔 억지로라도 썼다.

하지만 지금은

내 하루에서 좋은 것을 찾는 이 시간이

마치 오늘이라는 긴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진다.


오늘도 아이가 무사히 웃었다.

남편이 조용히 쓰레기를 버려줬다.

퇴근길 노을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이렇게 쓰다 보면,

별것 아닌 하루에도

‘괜찮았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날은 이 루틴조차 지키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럴 땐 ‘괜찮아, 나 내일 다시 해볼 거야’ 하고

나 자신을 꼭 안아준다.

작은 루틴은 나를 조이는 틀이 아니라

내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조용한 안전띠 같은 것이다.


사는 게 버겁고,

가끔은 너무 무기력하고,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들 때에도

이 작은 루틴들이

나를 다시 중심으로 데려다준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나는 내가 만든 이 루틴 안에서

조금은 단단해지고,

조금은 살아낼 힘을 얻는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오늘, 너는 너를 어떻게 돌봤니?”


그리고 조용히 답해본다.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히. 나를 돌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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