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창밖엔 흐린 하늘이 가득했다.
햇살은 없었지만, 그 대신 구름은 포근했고,
아이 손을 잡고 잠깐 걸은 길가엔 이름 모를 풀꽃이 조용히 피어 있었다.
“엄마, 이거 예뻐.”
“그러게. 작지만 예쁘다.”
아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늘 정신없이 하루를 버텨내면서도,
이렇게 짧은 순간 하나에 마음이 풀리는 게 신기했다.
나는 워킹맘이다.
아이 둘을 키우며 직장을 다닌다.
모아둔 돈도 없고, 늘 빠듯하다.
아이들 어린이집 비용, 보험료, 관리비, 공과금, 식비, 간식비,
교통비, 생필품…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
그래도 나는 살고 있다.
그냥 ‘사는 중’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채.
어느 날 문득,
“태어난 김에, 행복하게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이라는 말에 눌리지 않고,
가난이라는 단어에 갇히지 않고,
워킹맘이라는 이름에 나를 잃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감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기로.
나는 INFP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보다는,
내 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살고 싶어 한다.
숫자와 성과보다 마음과 의미에 더 오래 머문다.
그래서 늘 일도, 육아도, 인간관계도 버겁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들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쓰고, 다치고,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나에겐 ‘회복’이 중요한 삶의 루틴이다.
잠깐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아이들이 낮잠 자는 사이 잠깐 하는 글쓰기,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한다.
요즘은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지금 이 일, 과연 내가 오래도록 감당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를 너무 많이 잃고 있는 건 아닐까?
일과 육아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은 점점 흐려지고
‘엄마’와 ‘직원’ 사이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
그래서 꿈꾼다.
나답게 일할 수 있는 방식.
사람보다 감정이 먼저 보이는 이 성격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는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
에세이를 쓰고,
작은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누군가의 마음에 가만히 닿는 무언가를 전하며
소소하게 돈을 벌고,
아이들과 하루를 잘 지내며 살아가는 일.
나는 욕심이 많다.
꽃도 자주 보고 싶고,
좋은 공간에도 자주 가고 싶다.
가끔은 여행도 떠나고 싶다.
작은 다정함과 느린 하루, 그게 내가 바라는 삶이다.
현실은 가난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풍요롭고 싶다.
경제적 자유는 없지만,
감정의 자유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태어난 김에, 행복해보자.
구름을 보고, 나무를 보고, 아이의 얼굴을 보고,
그리고 거울 속 내 얼굴을 마주 보며 이렇게 말해본다.
“수고했어, 오늘도 잘 살아냈어.
천천히, 나답게 가도 괜찮아.”
엄마이기 전에 나이기도 한 삶.
누군가의 아내이면서도, 여전히 나로 남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나는 오늘도 기록을 남긴다.
태어난 김에,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