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가 일찍 깼다.
"엄마, 밥 줘."
"엄마, 뽀로로."
"엄마, 응가 나왔어."
"엄마, 엄마, 엄마..."
나도 사람인데,
나도 오늘은 그냥… 말 없이 창밖만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라는 직업엔 '조용한 아침'이 없다.
눈 뜨자마자 전력 질주.
아니, 질주라기보다는 중노동… 그마저도 감정 노동 포함.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나서야
드디어 나만의 1시간이 생겼다.
바로 이 시간.
무작정 집 앞 카페로 도망치듯 걸어갔다.
“테이크아웃이요?”
“아뇨, 마시고 갈게요.”
마시고 간다. 아주 천천히, 심지어 뜨겁게.
이건 내 반란이다.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으면
세상이 나를 잠깐 그냥 내버려두는 느낌이 든다.
내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게 아니라,
커피가 날 위로하고 있는 것 같다.
"괜찮아, 오늘도 잘했어."
"이 시간은 온전히 너 거야."
"다음 주문은 천천히 해도 돼."
예전엔 이런 시간이 사치 같았다.
'이 돈이면 기저귀 두 팩을 사지',
'집에 가서 반찬이라도 하나 더 하지',
'이 시간에 유튜브 영상 하나 더 만들지'
끝없는 자기 검열.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지치면, 모두가 무너진다는 걸.
나는 엄마이고, 아내이고, 회사원이지만,
그 전에 한 명의 '사람'이다.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숨 쉬어야 하는 사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커피 한 잔에 모든 나를 넣는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내가 정말 바라는 삶은 뭘까?
돈 많이 버는 삶?
대출 없는 삶?
육아가 쉬운 삶?
그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진짜 바라는 건
오늘 하루가 재밌는 삶.
남 눈치 안 보고,
가끔은 실컷 울고,
자주 웃고,
아무 이유 없이 꽃 사진 백 장 찍는 그런 하루.
요즘은 '재미'가 최고의 가치다.
인생이란 결국 아무도 칭찬 안 해주는 마라톤인데,
중간중간 나 스스로 즐겁지 않으면
도착 지점에 뭐가 있어도 재미없지 않을까?
그래서 난 작게나마 꿈꾼다.
이 에세이들을 하나씩 써가며
언젠가는 나만의 작은 책을 만들고,
집에서도 내 감정을 일로 이어가는 삶.
그게 바로 내 ‘소박한 반란’이다.
태어난 김에 행복도 해야 하고,
커피도 마셔야 하고,
가끔은 도망도 쳐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도,
태어난 김에 커피는 마셔야지.
그리고 가슴속에 살짝 저장해두자.
"나는 오늘, 나를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