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아이가 밥을 안 먹겠다고 울었다.
큰애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짜증을 냈고,
작은애는 바닥에 누워 떼를 쓰기 시작했다.
결국 한쪽 손으론 밥을 식탁에 올리고,
다른 손으론 젖병을 닦고,
머릿속으론 출근 준비 체크리스트를 돌렸다.
‘이게 지금, 사는 건가…?’
잠깐 멈춰 거울을 보았다.
화장도 하지 못한 초췌한 얼굴에,
눈 밑엔 작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지난밤엔 잠도 깊이 못 잤다.
아이들 열이 조금 있었고,
내내 뒤척이다 결국 새벽 3시에야 잠이 들었다.
아침 7시.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소진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하루는 간다.
아이들을 보내고, 일터에서 버티고,
집에 돌아와 다시 엄마 모드로 전환하고,
아이들 재우고 나면 하루가 끝난다.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한 시간도 안 된다.
그 짧은 틈에서
나는 문득 낭만을 그리워했다.
“예전에 나는 낭만적인 사람이었는데.”
혼잣말이 나왔다.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며 책 한 장을 넘기던 그 시간들.
밤하늘을 보며 일기를 쓰고,
혼자 조용한 산책을 하던 스무 살의 나.
그때 나는 참 가난했지만
낭만이 있었다.
지금은 더 많은 걸 가졌는데
왜 마음은 더 메말라 있을까.
그래서 오늘 밤,
작은 결심을 했다.
틈을 내서, 낭만을 누리고 살자.
크고 대단한 게 아니어도 괜찮다.
아이들이 자고 난 후, 조용히 초를 켜고
내가 좋아하는 문장 하나를 소리내어 읽는 것.
일기장을 펴고, 오늘 내 마음을 그대로 적어보는 것.
잠시 라디오를 틀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에게 “수고했어” 하고 말해주는 것.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은 분명히 있다.
작은 그 틈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다.
낭만은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숨 같은 시간.
마음이 버거울 때, 나를 지탱해주는 조용한 위로.
이제는
누군가의 엄마, 아내, 직원이기 전에
한 명의 ‘나’로도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잠든 집 안, 조용한 틈 사이에서
일기 한 줄을 쓴다.
“틈을 내어, 낭만을 누리고 살아야지.
그래야 내 마음이 마르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