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왜 이렇게까지 힘든 삶을 살아야 하지?”
마음 한구석에 가난한 현실,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
끝없는 아이 울음소리와 밀린 집안일에 눌려 있다 보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잠깐 멈춰서
나만 아는 작은 기쁨들을 꺼내 본다.
누군가는 모를 수도 있지만,
나에겐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순간들이다.
1. 아침에 눈뜨자마자 창문을 열고, 햇살과 바람을 마주할 때
세상에서 가장 비싼 호텔도
이 맑고 투명한 바람을 나만큼은 나눠주지 못한다.
아이들이 잠든 이른 아침,
살며시 열린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이 부셔
나는 그저, ‘살아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2. 길가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을 보며 발걸음을 멈출 때
어느 날, 유난히 피어난 붉은 개양귀비를 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겠지만,
나는 그 작은 꽃 앞에서 몇 분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꽃은 그냥 피어 있었고,
나는 그냥 서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시간이 있다.
3.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 순간 눈물이 맺힐 때
이어폰으로 우연히 흘러나온 한 곡.
그 곡은 나를 10년 전 어느 여름밤으로 데려가고
그때의 나를 꼭 안아준다.
내가 견뎌온 시간들이 노래 한 곡에 녹아 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한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4. 혼자 샤워하며, 물줄기 속에서 생각이 멈출 때
하루 종일 들려오던 아이들의 목소리,
벗어날 수 없었던 해야 할 일들 속에서
샤워기 물줄기는 나만의 작은 해방이었다.
그 몇 분 동안은
엄마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고
그저 ‘나’로서 숨을 쉴 수 있었다.
5. 아이들과 손잡고 걷는 산책길에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
하늘이 너무 예쁜 날,
아이에게 말한다. “봐, 오늘 하늘 완전 예술이야.”
그 아이가 “진짜 그러네” 하고 웃을 때
나는 생각한다.
“그래, 아이 덕분에 다시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게 됐구나.”
6. 작은 방 안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앉아, 맛있는 밥을 먹을 때
반찬은 세 가지도 채 되지 않지만
누군가는 김치를 더 먹겠다고 웃고,
누군가는 밥을 두 번 먹겠다고 말할 때.
그 소박한 풍경 속에서
나는 말한다.
“이게 바로 행복이지.”
7. 여름밤, 아이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올려다볼 때
작은 불꽃 하나에도 아이는 “우와!” 하고 외치고
나는 아이 얼굴을 본다.
그 얼굴 속의 반짝이는 불꽃이
내 가슴에도 들어온다.
그 찰나의 순간이
몇 달을 버틸 힘이 되기도 한다.
8. 좋아하는 공간, 따뜻한 카페나 도서관 한 켠에서 조용히 앉아 있을 때
나는 비싼 것보다 분위기를 사랑한다.
햇살 잘 드는 창가 자리,
따뜻한 커피 한 잔,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그 공간.
그곳에 있을 때면
나도 괜찮은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9. 하늘을 보며 멍때릴 수 있을 때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유난히 예쁠 때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할 일 없이
그저 하늘을 보기만 해도
나도 자연의 일부인 것 같아진다.
그 순간엔 ‘돈’도 ‘스펙’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10. 마음이 맞는 사람과, 아무 계산 없이 웃을 수 있을 때
친구 한 명.
그냥 ‘우리 지금 참 힘들지’ 하고 서로 토닥일 수 있는 사람.
계산도, 위로도 필요 없이
그냥 ‘같이 있어줘서 고마운’ 그 사람과 함께할 때.
그때 나는,
“그래, 이런 관계 하나 있으면 살아갈 만하지.”
그런 마음이 든다.
가난하다고, 나는 불행한 건 아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그 부족함 덕분에
나는 작은 것에서 더 많이 울고, 웃고, 고마워한다.
나는 이제 안다.
“살아 있음이 기적이고, 감각이 살아있다는 게 은혜”라는 걸.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오늘의 문장
“너는 지금, 돈으로 살 수 없는 기쁨 속에 살고 있어.”
“그리고 그것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얻지 못하는 삶의 증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