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집 안에서 충만합니다

by 소소한빛

예전엔 참 많이 돌아다녔다.

시간만 나면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무언가를 사야만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내 안에 공허함이 있었고,

그걸 물건이나 사람, 장소로 메꾸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상했다.

비싼 옷을 사도, 맛있는 걸 먹어도

돌아오는 길엔 늘 허전함이 함께했다.

무언가 열심히 채워 넣었지만

그건 내 마음의 깊이를 채워주지 못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공허함이 어디서 오는지.

그래서 더 자주 밖을 나가고,

더 많은 것을 원했고,

더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를 만나지 않아도 편안하다.

그냥 집에 있는 이 시간이, 이 공간이 충만하다.


방 한구석에 햇살이 비추는 걸 보는 시간,

아이가 장난감을 만지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따뜻한 국을 끓이며 김이 올라오는 냄비 앞에 서 있는 시간.

이 조용한 일상들이

예전에는 몰랐던 깊은 만족감을 준다.


더 이상 무언가를 ‘사야’ 충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들을 ‘다시 보며’ 감사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해졌다.


어릴 땐 성공이라는 단어가 중요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삶,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

‘잘 된 삶’이라는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 욕망도 함께 잦아들었다.

무언가 크게 이루지 않아도 괜찮고,

그냥 지금처럼,

조용히 웃고 밥 먹고 가족과 함께 있는 이 순간이

가장 귀한 성공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궁핍함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이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 빌립보서 4장 11절

이제 나는

자족함을 배워가는 중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이 더 큰가,

무엇이 더 빠른가를 비교하지 않는다.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찾아가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예전엔 몰랐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 안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걸.

지금 나는 안다.

이 순간이, 이 조용한 충만함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밖에 나가지 않는다.

세상이 아무리 요란해도,

나는 집 안에서

충만한 평화 속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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