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근만근이다.
딱히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잠을 설친 것도 아닌데, 온몸이 눌린 듯 무겁다. 머릿속은 뿌옇고, 손에 쥐는 것마다 자꾸만 놓친다. 무기력함이 마치 안개처럼 집 안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느낌이다.
요즘은 누구에게나 이런 날이 있는 것 같다.
뉴스를 켜도, 휴대폰을 열어도, 밖을 나가도…
기운 나는 말보다 피곤해지는 정보가 먼저 밀려온다.
그리고 그 파도에 쓸려가듯, 나도 조금씩 기운을 잃어간다.
그럴 때 나는 아주 작은 루틴에 나를 걸어두기로 했다.
거창한 것도, 남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지만
하루를 간신히 건너갈 수 있게 해주는, 내 마음을 지키는 의식 같은 것들.
첫 번째. 아침 창문 열기.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에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바깥 공기가 들어오면 기분도 조금씩 움직인다.
햇살이 들면,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구나’ 하는 감각이 몸에 스민다.
두 번째. 커피 한 잔 놓고 앉기.
정신없이 흘러가는 아침에도 커피 한 잔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냥 마시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머그잔을 감싸고, 눈을 감고 향을 맡는다.
잠깐이라도 나와 연결되는 시간.
‘아, 내가 지금 여기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는 몇 분.
세 번째. 오늘의 마음 상태를 써보기.
노트에 한 줄이라도 좋다.
“오늘은 조금 외롭다.”
“이유 없이 속상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렇게 써놓고 나면, 마음속 감정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그제야 나는 내가 왜 무기력한지 알게 된다. 감정에게 이름을 붙여줄 수 있으니까.
네 번째. 나를 위한 조용한 10분.
아이들을 재우고 난 밤 10시쯤,
불을 낮추고, 음악을 틀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는다.
휴대폰도 멀리 둔다.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썼던 에너지를 다시 나에게 되돌리는 시간.
그 짧은 10분이, 다음 날의 나를 다시 일으킨다.
예전엔 이런 사소한 루틴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 작은 일들이 모여, 무너지지 않게 나를 붙잡아주고 있다는 걸.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나는 내 하루를 돌볼 수 있다는 믿음.
그게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이다.
무기력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날마다 사라져가는 나를 조금씩 다시 붙잡는 일인지도 모른다.
크게 변화하지 않아도 괜찮다.
대단한 걸 해내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오늘 하루, 나를 다그치지 않고,
조용히 안아주는 일. 그것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