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획을 좋아한다.
다이어리 한 켠에 일정을 적고,
‘이번 주는 이렇게 살아보자’ 결심하는 순간이 좋다.
무언가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안심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아프고, 갑자기 일이 생기고,
몸과 마음이 말처럼 따라주지 않을 때,
계획표는 쓸모없는 종이조각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그런 날이 오면 너무 힘들었다.
하루를 망친 기분,
내가 나약하다는 자책,
그리고 반복되는 무기력.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배워간다.
완벽한 계획은 없다는 것을.
삶은 늘 예상치 못한 변수와 함께 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 속에서도 내가 나를 지키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계획이 틀어져도 예전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내 루틴으로 돌아오는 연습을 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샤워하고,
짧은 산책으로 자연을 마주하며 멍을 때리고,
장을 봐서 따뜻한 음식을 요리해 먹는 것.
이 작은 루틴은 내 삶을 다시 ‘나답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 상황 속에 매몰되지 않기로 한다.
그 안에서도 좋은 것을 애써 찾아보는 습관을 들인다.
암울하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
나에게 좋지도 않고,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죽을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할 때,
문득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지 않을까.
그 생각 하나로,
우울함 속에서도 감사할 이유를 찾아보게 된다.
요즘은 20년 뒤의 나를 종종 떠올린다.
50대 중반쯤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보다 머리는 희어졌지만,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20년간은 열심히 일해서 필요한 만큼의 돈을 모으고,
그 이후엔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봄과 가을엔 한적한 마을에서 한 달 살기 하며 국내 여행 브이로그를 찍고,
여름과 겨울엔 시원한 집에서 책을 소개하는 북유튜버가 되어보는 것.
가끔은 공공기관 기자단 활동도 하고,
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헬스장에서 땀도 흘리고,
시장에 들러 내가 먹을 요리를 준비하고.
그런 단순하고 느긋한 삶.
화려하진 않지만 내가 꿈꾸는 삶이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내가 가진 것을 잘 유지하고, 누리며, 자족하며 사는 것이 꿈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저 집은 얼마나 벌까’ 생각하지 않고,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누리며,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삶.
물론, 앞으로도 삶은 계속 예측불허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나는 작은 루틴을 지키고, 기도하고, 말씀을 붙든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 베드로전서 5장 7절
이 말씀은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내가 모든 걸 다 계획하고 다 이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의 삶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확신.
또한 이런 말씀도 있다.
“내가 환난 날에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
– 시편 50편 15절
삶의 변수 속에서
모든 걸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다.
어차피 완벽한 인생은 없으니까.
나는 그저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선물하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나는 다시 다짐한다.
이 하루가 얼마나 귀한지 잊지 않기.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기.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걸 기억하기.
완벽한 계획은 없지만,
나는 여전히 괜찮다.
나의 오늘은,
나의 미래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