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안 가도, 추억은 쌓인다

by 소소한빛

연휴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질문.

“이번에 어디 놀러가요?”

솔직히 말하면, 부럽기도 하다.

SNS 속 가족 여행 사진을 보다 보면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짐 싸지 않아도, 우리도 ‘추억 여행’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그것도 집 앞에서!


오늘 우리 가족은 공원 투어를 시작으로 하루를 열었다.

아이 둘, 아빠, 그리고 나.

도란도란 걸으면서 도토리를 줍고, 개미 행렬을 관찰하는 게

우리 가족의 미니 사파리 투어다.

아이는 모래놀이, 아빠는 벤치에서 커피 한 잔,

나는 아이 웃음소리에 피로가 풀린다.

바람 좋고 햇살 좋은 하루,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공원 옆 작은 카페에 들렀다.

아메리카노 하나, 아이 초코라떼 하나.

다 마시진 못했지만 그게 또 추억이다.

우리 가족만의 “카페놀이”,

종이컵 뚜껑 열어주고, 빨대 꽂아주고,

아이 입가에 묻은 초코를 닦아주는 이 모든 순간이

사진보다 선명하게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도서관 코스.

아이 그림책을 꺼내서 함께 앉아 읽고,

나는 나만의 책 한 권 꺼내 무겁지 않은 페이지를 넘긴다.

“엄마 이거 읽어줘~”

“잠깐만~ 엄마도 이거 한 장만~”

이 익숙한 대화도, 나중엔 웃으며 떠올릴 추억이겠지.


마지막은 놀이터 대장정.

놀이터는 우리 아이들에겐 디즈니랜드고,

엄마에겐 유산소 운동 코스다.

미끄럼틀 한 번, 그네 밀어주기 백 번.

지친 몸엔 힘들지만, 웃는 얼굴 보면

‘이게 바로 가족 여행이구나’ 싶다.

멀리 안 가도, 이런 시간이야말로 우리만의 모험이고 기쁨이다.


집에 돌아와 아이를 재우고, 나는 오늘의 일기를 쓴다.


오늘의 감사 세 가지


특별할 것 없지만 특별했던 가족 산책

초코라떼와 햇살 좋은 벤치

오늘을 기억하게 해주는 웃음들

그리고 오늘 마음에 남은 말씀 하나.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 고린도전서 13:4

서두르지 않고, 자랑하지 않아도,

우리가 나누는 이 소박한 사랑이야말로 진짜 추억이란 걸

조용히 깨닫게 되는 하루였다.


여행을 안 가도 괜찮다.

집 근처에도 추억은 있고, 행복은 충분하다.

우리 가족만의 리듬으로,

오늘도 천천히, 따뜻하게 하루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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