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못 가도 괜찮아,

by 소소한빛

아이와 집 근처 공원에 다녀왔다.

유모차를 끌고, 작은 손을 꼭 잡고 걷는 길.

멀리 가지 않아도, 계획하지 않아도,

오늘 우리에게는 그저 햇살과 바람만으로 충분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가 모래를 만지는 걸 오래 바라봤다.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알을 아이는 참 진지하게 만졌다.

나무 그늘 아래서 간식을 먹고,

옆집 아이와 인사하고,

느릿하게 오후가 흘렀다.


예전에는 여행을 못 가면 불안했다.

남들은 제주로, 강릉으로, 해외로 떠나는 모습에 마음이 조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딘가 가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여행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작은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을 보는 것,

아이의 웃음소리에 미소 짓는 것,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을 적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밤이 되면 감사 일기를 쓴다.

오늘의 감사 3가지.


아이가 다치지 않고 건강했던 하루

햇살 좋은 날, 모래놀이한 시간

걱정보다 평안이 많았던 하루

그리고 이 말씀을 조용히 읊조린다.


“이르시되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 시편 46:10

내가 애써 채우지 않아도

하나님은 평안으로 오늘을 채워주신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조금 느리고 소박한 이 삶 안에도

하나님은 함께 하신다.


오늘,

우리는 여행보다 더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소박한 하루였지만

마음은 단단히 충전된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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