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오늘은 모든 게 버거웠다.
이직은커녕 퇴사도 쉽지 않고,
돈은 모아지지 않고,
아이들은 커가는데 나는 점점 작아지고,
뉴스는 온통 불안한 소식뿐이고,
하루는 왜 이리 짧고,
내 맘속은 왜 이리 복잡한지.
괜히 괜찮은 척, 감사한 척, 노력하는 척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오늘도 지쳤다.
그래서 그냥 이런 마음이 들었다.
“되는대로 살자, 뭐.
죽을 날도 모르는데 왜 이리 아둥바둥 살아야 해?”
일기처럼 툭, 내려놓고 싶던 날
무언가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내가 부족하다는 비교,
그리고 삶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무력감.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이고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문득,
**‘그냥 오늘 하루만 대충 살아보자’**고 결심했다.
빨래도 내일 하고,
육아도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도 적당히 하자.
밥은 라면이라도 괜찮고,
청소 안 해도, 하루 종일 눕고 싶으면 그래도 되지.
그러다 깨달았다.
‘대충 살아보자’는 말 속엔
사실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는 고백이 숨어 있었다는 걸.
나는 정말 잘하려고,
포기하지 않으려고,
사람답게 살려고
매일을 버티며 살아온 거였다.
결국 나는, 대충 살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하루를 허허롭게 보내고 나서
밤에 기도하며 눈을 감았다.
“하나님, 오늘 너무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래도… 살아낸 건 맞죠?”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
어느 날 성경에서 읽은 구절 하나.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아, 그렇구나.
나는 너무 열심히 짐을 혼자 지고 살았구나.
쉬어도 된다고,
조금은 내려놔도 된다고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거구나.
그 밤은 오랜만에 깊게 잠이 들었다.
그래서 내일도, 조금 대충 살기로 했다
대충 산다는 말이
진짜 아무렇게나 산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이제는 적당히 쉬고,
내 마음에 여백을 두고,
하고 싶은 걸 조금씩 해보고,
꼭 잘하지 않아도 시작해보고,
실패해도 다시 걸어가는 거.
그게 진짜 ‘나로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나는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어떤 직업이 맞는 건지,
앞으로 뭐가 될 수 있는지.
하지만 이건 분명히 안다.
너무 아프지 않게,
너무 애쓰지 않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충분히 용기라는 것.
오늘의 내 일기 끝.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은,
내 마음을 다독이는 글 한 줄.
그리고 그 위에 조용히 덮어주는 말씀 하나.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마태복음 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