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안 쓰는 재미에 눈을 뜨다

by 소소한빛

요즘 나는 ‘돈을 안 쓰는 삶’에 작은 재미를 붙이고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뭔가 허전하면 무의식적으로 편의점에 들어가곤 했다.

바삭한 과자 하나, 2천 원짜리 캔커피, 사탕 한 봉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하루 2~3천 원씩 흘려보냈다.


금액은 작았지만 마음속엔 늘 텅 빈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왜 자꾸 이렇게 소비로 위안을 찾을까?’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곤 했다.


오늘, 돈을 안 쓰기로 결심한 하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짐했다.

오늘은 돈을 안 쓰고도 충분히 기분 좋게 보내보자.


먼저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마셨다.

잊고 지냈지만, 한 모금 마시니 어릴 적 추억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이 맛이었지…”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나갔다.

별다른 계획 없이, 벤치에 앉아 멍하니 나무를 바라보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햇살이 따뜻했고, 바람은 조용히 불었다.

소비는 없었지만, 기쁨은 가득했다.


눈맞춤이 주는 포만감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한참을 웃었다.

어린 아이가 나를 보고 웃을 때, 그 미소 하나로 하루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엄마, 나랑 또 뛰자!”

“그래, 조금 더 놀자.”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기도 하고, 흙장난을 같이 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아이와 눈 맞추며 보내는 이 시간만큼 값진 건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책 한 권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뒤,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 책을 꺼냈다.

몇 년 전 사 두고도 읽지 않았던 에세이집.

햇살 아래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


그 순간만큼은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나를 온전히 돌보는 느낌이었다.

“돈을 안 써도, 나는 이렇게 충만해질 수 있구나.”


무지출 하루의 보람

사실 나는 아직도 돈이 많지 않다.

가계부를 열어볼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한숨짓는 날이 많다.

그래서 오늘 같은 무지출 하루가 쌓여갈 때마다, 조용한 성취감이 인다.


“오늘도 잘 해냈어.”

“사지 않아도 괜찮았어.”

“이렇게 살아도 행복할 수 있어.”


돈을 안 쓴다는 건 단지 소비를 줄이는 게 아니다.

나의 욕구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연습이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믿음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내게 돈을 쓰지 않는다는 건

텅 빈 지갑이 아니라, 가득 찬 하루를 뜻한다.

새로운 물건이 아닌, 익숙한 시간에 집중하는 법이다.

외부 자극이 아니라, 내면의 감각을 믿는 태도다.

그리고 내일도

나는 내일도 편의점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그 대신 또 한 잔의 믹스커피를 타서,

아이와 나란히 앉아 공원의 나무를 바라볼 것이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아도, 우리는 꽤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


돈이 들지 않는 기쁨.

그 안에야말로, 진짜 내 삶의 부유함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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