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을 다물었다.

by 혁꾸

세상을 살다 보면 그런 일들이 있다. 분명 내게는 어쩔 수 없었던 일들이 분명함에도, 목젖까지 차오르는 갖가지 비명들을 꿀꺽 삼키고, 죄책감이 결여된 죄송하다는 외마디를 내뱉는 순간들 말이다. 하지만 내게는 이런 일들이 꽤 익숙하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사회 속에 형성되어 있는 위치와 질서를 깨달아 버렸을 때부터였을까. 인터넷에 떠도는 못되게 구는 상사에게 시원하게 소리치고, 사직서를 들이미는 장면들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나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건, 그저 감정적 혼돈에 휩싸인 상사의 깊은 감정의 골을 후벼 파는 짓과 다름없었다. 차라리 내가 잘못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 백배 천배 마음이 편해지는 지름길이었다.


"입 다물고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그래, 그럴 수 있다면, 차라리 나는 반만 가련다. 달리는 사람은 기대를 사고, 멈춘 사람은 공분을 산다. 그래서 그냥 나는 내 걸음걸이로 걸으련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적당히. 근데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던데. 웃긴 건, 잘하는 것도 매번 잘하지 못하면, 언젠간 욕먹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뭐, 뒤쳐지는 사람은 욕을 항상 달고 살지만. 그렇게 보면 정말 중간만 하는 게 좋은 것이, 욕하기도 애매하고 칭찬하기도 애매하니, 편하게 사회생활 하기에는 중간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혹시라도 내가 적당히만 가려는 발걸음 속에서, 야망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굳게 다문 입안에 숨겨 놓은 야망을, 다문 입 혀 밑으로 고이는 침에 나도 모르게 꿀꺽 삼켜버리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일이다. 꿈을 꿀꺽 삼켜버렸다는 걸 알지 못한 채로, 직장에 다니는 시체가 되어 어중간한 직장생활을 몇 년간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몇 년이 지나 일로만 가득 채워 보낸 세월을 되돌아볼 때면, 나는 지나간 시간이 아쉬워 주저앉아 손바닥으로 땅을 두드릴게 분명하다.


나는 굳게 다문 입 속에 야망을 문 구렁이가 되어, 묵혀지고 묵혀져야겠다. 용으로 승천한다고 하는 100년은 좀 길고, 나는 사람이니까 좀 짧게 ㅋ


Photo by Vincentiu Solom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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