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만 하자, 꾸준히
오랜만에 맑은 정신이 드는 저녁이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핑계로 3일 치의 밀린 일기를 써 내려갔다.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글을 끄적거렸던 날 들이 수포로 돌아가기 직전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달달한 글쓰기의 맛을 아는 나는, 앞으로도 글 쓰는 것만은 놓지 않을 게 분명하다.
영업사원은 컨디션이 참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감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나가다 유리나 거울에 비친, 퀭한 눈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나를 마주하면 자신감이 생기려고 해야 생길 수가 없었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난 뒤에는, 뒤이어 말을 이어 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 컨디션 조절의 실패는 실패를 거듭하게 만드는 무거운 한숨만이 가득 채워진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는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거울을 보면, 벌써 두 눈은 열정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당당함을 뚜벅이는 발걸음에 담고,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튀어나왔다. 오늘은 실패가 왜 이렇게 먼지처럼 느껴지는지, 어깨에 실패가 내려앉아도 무겁지 않았다. 그냥 손바닥으로 털어버리면 그만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하루 종일 걸은 탓에 종아리가 얼얼하지만, 뛰고 싶은 날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 가벼운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뒤, 밖으로 나가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 설설 뛰기 시작했다. 약 2달 만에 거리의 공기를 헤집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더 이상 심장이 버티지 못하고 터질 듯이 쿵쾅거릴 때 즈음. 나는 걸음을 멈추고 러닝 어플을 열었다.
[ 1.5km ]
1.5km…? 이렇게 죽을 것 같이 힘든데 고작 1.5km 라니, 나약한 나 자신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고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다리로 열심히 거리를 헤집은 나는, 다시 휴대폰을 꺼내어 거리를 확인했다.
[ 0.5km ]
음, 총합이 2km. 운동을 다시 시작한 첫 날인 것을 감안하여 오늘은 이만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호두과자 한 봉지를 샀다. 고생한 나를 위한, 운동을 시작한 기특한 나를 위한 선물이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에 섰다. 거울에는 운동이 결핍되어 지방에 묻혀가고 있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하, 꾸준히만 하자 꾸준히. 운동도, 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