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바보가 되고 싶다.

by 혁꾸

참, 사람 좋아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윗사람에게 수줍고도 어색한 몸짓으로 “헤헤” 웃으며 바보처럼 다가가는, 그리고 그 모습은 아랫사람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표정은 혀를 내민 채 웃고 있는 말티즈 같이 순수했다. 나는 딱히 그에게 말을 건넨 적이 없지만, 그와 눈이 마주칠 때면 그는 항상 웃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잘 모르겠다. 그가 정말 웃고 있었는지, 아니면 웃는 상이 었던 건지.


아무튼, 그는 항상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부대를 이리저리 떠돌았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너는 왜 그렇게 만날 바보같이 웃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그의 눈 속에서 물음표가 ‘띠용’하고 솟구쳤다. 그는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ㅋㅋ나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웃음을 참으래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순수하고도 자유로운 천사였다. 꽤 높은 직급을 가진 탓에 하는 일도 별거 없었다. 그저 회전의자에 앉아 세상을 빙글빙글 돌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와 같이 일을 시작했던 선임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정말 고문관 중의 고문관이었다고 한다. 세상에 말귀는 드럽게 못 알아먹으며, 일처리도 시원찮게 하여 선임들의 공분을 밥먹듯이 샀단다. 하지만 선임들의 공분에 몇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자랐을 걸 피해 갔던 건 저 해맑고 바보 같은 웃음이었다고 한다. 확실히 그의 웃음은 침을 뱉을 수 없을뿐더러, 화에 일그러진 얼굴도 어이없는 헛웃음을 통해 풀려버리게 하는 그런 웃음이었다.


언제는 다 같이 열심히 일을 하다가, 한 선배가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 그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함박웃음을 지으며 팔랑팔랑 다가오는 그를 확인한 선배는 소리쳤다.

“아, 넌 됐고...! 야! A야 네가 좀 다녀와라!”

그가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 있는 어필에도, 선배는 극구 다른 사람을 불러 일을 맡겼다.


ㅋㅋㅋ진짜 웃기기도 했지만, 뭔가 부러웠다. 그렇게 일을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미움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아마 그건 그가 가진 특유의 웃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무도 그에게 궂은 업무를 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이 작은 사회 속에서 그는 해맑은 바보였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 맑은 웃음이 연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해맑을 수 있지?라는 기분 좋은 의심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런 쓰잘대기 없는 의심은 이내 접어버렸다. 기분이 별로일 때, 어쩌다 그의 표정을 보게 되면, 피식- 어이없는 웃음이 흘러나와 기분이 괜찮아지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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