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싱겁다.

by 혁꾸

오랜만에 맑은 정신이 들었다.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몸이 술을 품고 있지 않아서인지, 선선한 날씨가 마스크 위로 느껴졌다. 시원한 봄저녁의 기운에 몸이 가벼웠다. 요즘 들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음, 마음이 싱겁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인생의 목표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마음 한쪽이 떨어져 나가버린 듯한 공허함이 든다. 얼마 전 이별을 겪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별로 인한 공허함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금 외롭지도 않고, 사회생활에 치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으니까 말이다.


인턴 생활을 헐래 벌래 해나가고 있는 지금, 오랜만에 시간이 생겨 맑은 정신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이미 오래전부터 내 끄적이던 글 자취는 끊겨있었다. 조금씩 써 내려가던 여행 에세이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별로 손대고 싶지가 않다. 쓰고 싶지 않은데 쓰는 건 안 쓰느니만 못하다.


오늘 아침에는 팀장님에게 정신교육을 바짝 받았다. 앞으로 창창한 날들이 많은데, 벌써부터 적응하고 해이해지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는 말이라, 반항심 같은 건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늘 여름과 비슷한 햇볕이 내리쬤던 오후에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실적을 내기 위해 거리를 누볐다. 그렇다고 딱히 이렇다 할 실적이 생긴 건 아니었지만,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글을 쓰다 보니 마음이 싱거웠던 이유를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매 순간을 너무 지루하게 넘겨버렸지 않나 싶다.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할 젊은 시간에, 시간이나 어떻게 보내보자 하며 대충대충 삶의 순간들을 넘어 다녔구나 싶다. 또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계기, 동기부여가 생긴다.


동기부여는 아마 음식으로 따지면, 음 조미료라고 할 수 있겠다. 심심하고 지루했던 마음에 녹아드는 자극적인 맛이랄까. 배부르다가도 끌리는 맛에 괜히 한 숟갈 더 들게 되는 맛이다. 동기부여는, 내가 가진 목표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해주는 인생의 조미료인 샘이었다. 알다시피, 맛있다고 자꾸 뿌려대면 싱거우니만 못하게 된다. 건강을 위해서 가끔씩, 인생이 심심하고 지루해진다 싶을 때쯤, 적당히 슬래슬래 조미료를 뿌려주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랜 냄새는 향기가 되고, 향기에는 추억이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