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신점을 보러 다녀왔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들었던 얘기가 시작이었는데, 그렇게 잘 맞추는 용하디 용한 무당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 미신에 관심은 있었으나, 내 인생에 있어서 점괘란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결국 신점을 보러 가기로 결심했다. 신점을 보기로 결심한 데에 있어서는 신점을 한번 보고 싶다던 여자 친구의 반응도 한 몫했다. 이번에 알게 된 신당의 무당이 그렇게 용하다고 하니, 미래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하고, 궁합도 맞춰볼 겸 신당에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절대로 흔하지 많은 않은 데이트 코스를 경험하게 됐다.
한 달이 지나고, 신점을 보러 가는 당일이었다. 수원에 있는 신당은 서울에 사는 우리에게는 꽤나 먼 여행이었다. 막상 점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다. 당일이 되기 전까지는 올해 대박운이 있으면 어쩌나, 앞으로 승승장구하는 거 아닐까? 하는 행복한 점괘를 들을 생각이 컸다면, 당일이 되니 괜히 비운의 소식을 접하게 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자 친구와 궁합을 보는데 당장 헤어지라는 소리를 듣게 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웃기게도, 나 혼자서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수원으로 달리던 차 안에서 여자 친구는 당일이 되니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을까 무섭다며, 나와 똑같은 고민을 쏟아냈다.
"에이, 그럴 일 없겠지. 만약 그러면 여기저기 우리 운세를 죄다 말하고 다니자."
어디서 들었는데, 받은 점괘를 다른 사람에게 떠벌리고 다니면 운세가 바뀐다는 말이 있었다.
예약 시간에 맞춰 신당에 도착했지만, 선뜻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벌써부터 신당에서 흘러나오는 영험함이 몸을 감싸는 것 같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평범한 주택, 불상이 놓여 있는 입구를 지나 신당의 문에 다다랐다.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주택의 대문 같았다. CCTV가 있는지 문의 입구에 다다랐을 즈음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살짝 열렸다. 괜히 공포영화에서 나올법한 혼자 열리거나 닫히는 문의 모습이 눈앞에 겹쳐졌다.
신발장에서 챙겨 온 양말을 신고 집안에 들었다. 너무나도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이나 굿판이 벌어질 것 같은 마당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신점을 봐주시는 무당님이 계시는 방은 평소에 상상했던 신당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는 안내를 받아 테이블 앞 좌석에 앉았다. 무당님께서 귀신같이 짙은 화장을 하고 호랑이같이 매서운 눈으로 우리르 바라보고 있으시지는 않았지만, 나는 두 손을 모으며 한없이 다소곳해졌다. 그리고 곧장 점괘를 받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우리는 인사를 올리고 신당에서 내려왔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성격은 어떻게 그렇게 턱턱 들어맞는지 점괘를 받는 내내 '그 정도는 누구나 해줄 수 있는 말 아닌가?'라는 생각이 여럿 접힐 정도로 디테일한 성격까지 들어맞았다. 원래 같이 점을 받을 수는 없으나, 여자 친구와 함께 받아 그녀의 성격도 들을 수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그녀의 성격과 턱턱 잘 맞아떨어지니 그렇게 신통할 수가 없었다. 거의 백 퍼센트 전부 들어맞지는 않았으나, 구십 퍼센트는 들어맞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우리는 차에 올라 서로의 신점을 얘기하며, 어떻게 이렇게 잘 맞추냐는 등,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등, 점괘에 대한 얘기를 여념 없이 나눴다. 점을 본다는 건 고민상담과도 같은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혼란스러운 생각들에 대한 답을 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고,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에 대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직 점괘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가 누구인지 꿰뚫어 보는 무당님이 신통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말해주는 모든 것은 그저 인생의 참조 역할이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있을 어지러울 상황들에 대한 답을 점괘로 받는 것이 아니라, 점괘로 받은 방향을 통해 내가 주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종교? 의 세계에 대한 믿음도 없고, 의심이 떨쳐지지도 않는,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지만, 괜히 연초나 연말에는 다시 한번 더 방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돌아오는 날들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랄까.
하, 근데 한 시간을 수원으로 달려왔는데, 30분에 5만 원을 태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