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들어가는데, 나는 왜 여유로울까.

by 혁꾸

나의 여유로운 삶이 부럽단다. 오케이, 좋은 소리 그대로 받아들여보도록 하겠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열기를 내뿜으려고 노력하며, 오늘은 뭐하냐는 물음에 “오늘이요? 집에서 글이나 쓰려고요” 라며 한가하다는 듯 말하는 사람.


요즘 나는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집에서 편안하게 유튜브로 진짜 작가들의 강연을 듣고, 독서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와, 진짜로 이 얼마나 여유로워 보이는, 한량인가. 왼쪽으로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자기소개서와의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영업사원들과, ‘기술 하나만 있어도, 굶진 않는다’라는 인생의 덕목 아래 열심히 손발을 갈고닦는 기술자들이 보인다. 나는 그 중간 언저리에 우뚝 서 있는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멋진 작가의 인생을 걸을 테야’ 라며 노래만 부르고 있는 베짱이와 다르지 않다.


젠장, 나도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뭐,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른다지만. 그 말은 죽어라 열심히 살고 있는 개미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입 닫고 일이나 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듯싶다. 군대를 제대하고 부대를 걸어 나오며 생각했었다. ‘이제 정말 열심히 살겠어. 세상의 주인공은 나야’ 했던 나의 굳은 결심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주인공이 되긴 했다. 우리 집 방구석의 주인공. 너무나도 작은 주인공이긴 한데, 나는 그 역할에 취해버린 것 같다.


아무튼 나의 여유로운 삶은 돈도 없고, 삶에 대한 의지 조차 없는 백수의 삶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화가 났다. 여유로워서 부럽다는 말을 내게 한 그 사람에게도, 그런 말을 듣고 있는 나 자신도. 솔직히 그 사람에게 화난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나도 내가 백수인 거 아는데, 아픈 곳을 콕콕 찌르는 게 미워서 그렇지. 그리고 나, 오케이 대학교 졸업하고 하고 싶은 거 찾는답시고 일 년 동안 알바만 하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고 했으니까. 이렇게 덧 없이 지나가버린 일 년이지만, 인정해 줄게. 하지만 더 이상 그러지 말자. 충분히 느꼈잖아. 정말 꿈을 이루고 싶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진 것은 쥐뿔 아무것도 없지만, 이제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보자. 우리 지금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린 나이도 아니잖아. 지금으로부터 5년 뒤를 생각해봐, 뭐가 보여? 지금 내 눈엔 명절마다 부끄러워서 방 문을 못 열고 있는 네가 보인다… 인생에서 한 번은 환하게 빛나 봐야 할거 아니냐고.


에휴, 언제부터 나에게 ‘여유로움’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아픈 단어가 되어버린 걸까.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해보고 싶은 걸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그중의 반은 놀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가벼운 일 년을 보냈지만, 단 한순간도 나는 여유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먹고살려면 일은 했어야 했고, 아르바이트지만. 해보고 싶은 것을 배우려면 이리저리 움직여야 했다.


제 작년을 직장인으로 생활하며 보냈을 때 일 년 뒤에 남았던 것은, 돈과 경험과 교훈이었다. 올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일 년이 지나 남은 건, 경험과 교훈뿐이다. 왜 하나가 부족하냐고, 나이 먹으면서 같이 먹었니? 도저히 나의 이 뭣 같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니, 지난 시간의 경험과 교훈들을 통해, 내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알 것 같다. 뭐, 내후년의 인생은 내년의 내가 알려주겠지. 제발, 덧없는 시간님, 소중하게 흘러가 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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