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잠이 온다.

by 혁꾸

나는 평균적으로 새벽 2시에 잠에 들어, 오전 9시 30분에 기상한다. 약 7시간 반을 자는 셈이다. 평균적으로 사람은 7시간에서 8시간 사이의 숙면을 취한다고 한다. 나는 여느 사람들과 비슷하게 잠을 자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걸까.


주말이 되면 자연스레 수면시간도 늘어난다. 늘 같은 시간에 잠에 들지만, 일정이 없는 날 같은 경우는 자연스레 기상 시간이 늦어진다. 늦게 일어나면 오후 3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13시간이나 잠을 잔 것이다. 13시간을 자고 일어나면, 어느 정도 개운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잠에서 깬 건 확실한데, 내 정신은 아직 몽롱하다. 따뜻한 이불을 걷어내고 싶지도, 푹신한 침대에 붙은 내 몸을 움직이고 싶지도 않다. 나른한 기운이 내 몸을 잠식해버린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문다. 약속 없는 나의 소중한 휴일은 이렇게 지나가버린다. 생산성이 하나도 없었던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새벽 2시에 나는 또 잠에 든다. 13시간을 내리 잤는데도, 금방 또 잠에 들어 버린다.


주말에 집에서 빈둥대다가 인스타그램을 떠도는 글귀 들을 마주한다. ‘평일 동안 열심히 움직였던 당신, 주말에는 쉬어도 좋아’의 뉘앙스를 풍기는 글 들을 볼 때면, 나는 괜히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하, 오늘은 이렇게 쉬어 가는 것도 좋아”. 참나, 나는 분명 열심히 살지 않았다. 근데 그 위로의 글을 보는 순간, 나는 꽤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헐, 그 글은 나를 위로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던 것 같다!


하, 아무튼 그래서 인생은 피곤함의 연속이구나. 어느 성공하는 사람은 하루에 4시간만 자고, 열심히 인생을 꾸려 나간다는데. 나는 왜 그 사람처럼 살지 못하는 걸까. 과연 나의 문제는 무엇일까. 잠을 적게 자던 많이 자던 항상 느끼는 피곤함은 같은데, 난 왜 그 피곤함을 이겨내지 못할까.


그런데 정말로 웃긴 건, 내가 몇 시간을 자던 내가 느끼는 피곤함은 똑같다는 것이다. 4시간을 자도, 6시간을 자도, 8시간을 자도 잠에서 깨기는 언제나 힘들고, 하루를 보내다 보면 금방 피곤해진다. 아침에만 잘 일어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한 친구는 아침잠을 이겨 내기 위해, 잠에서 깨면 화장실로 몸을 던진다고 한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어 온 몸에 물을 끼얹어 주면 확실히 졸음이 달아난다고 한다. 한 번 해봐야겠다. 요즘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나는 좀 적게 잘 필요가 있으니까. 잠에서 깨어나 좀비처럼 끄윽거리며 몸을 뒤척이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학생이었을 때 누가 나에게 그랬었다. 잠은 죽어서나 실컷 자라고. ‘내가 자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되게 짜증 나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또 다른 의미로 짜증 나는 말이 되어버렸다. 나도 잠은 죽어서나 자고 싶다고.


체력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육체적인 체력은 충분한 것 같은데, 정신의 체력이 아주 허약해져 버린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2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도 멀쩡했던 것 같은데. 아니, 멀쩡하지는 않았나? 등교시간 직전까지 잠을 자다가, 잠에서 덜 깬 상태로 교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던 생각이 난다. 이맘때쯤 등굣길에는 차가운 바람 냄새와, 발걸음에 짓뭉개져 있는 은행 냄새가 났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게으른 나지만, 졸린 와중에도 꾸역꾸역 학교로 걸어가서, 3년 개근상을 받았던 나였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까, 나는 할 수 있었으면서, 포기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찍 일어날 수 있었으면서, 잠 깨길 포기하고 잠들어버린, 열심히 할 수 있었으면서 괜히 그럴듯한 핑계로 포기해 버렸구나. 나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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