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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꾸 Nov 10. 2020

Enjoying The Guest House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쉬면서 한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알혼섬의 입출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줄 곧 같은 호텔을 썼던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은 이르쿠츠크에 머물지 않고, 11시 열차로 모스크바까지 넘어간 뒤. 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더 나아가 오로라를 볼 예정이라고 한다. 헉, 나는 이때 러시아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 처음 알게 됐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알았으면 오로라도 볼 수 있는 일정을 짰을 텐데! 그렇게 잠시나마 짧은 인사를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들은 숙소를 떠나 모스크바로 출발했다. 


 그리고 다음 말 문을 트게 된 친구는 “니키타”라는 러시아 남성이었다. 중후한 턱수염으로 매력을 뽐내며 자신의 나이를 맞춰보라던 니키타. 25살, 28살, 27살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한 나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그의 나이는 20살이었다. 하하하;


 니키타의 고향은 우리가 열차를 타고 지나왔던 와중, 그나마 중형 도시였던 치타라는 지역이었다. 꽤 큰 역인 만큼 열차의 정차시간이 길어서 기억에 남아있었다. 바텐더와 바리스타 일을 하고 있던 니키타는 “고향은 어때?”라는 질문에 “What the shit place”라고 대답했다. 하하,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니키타는 한국인들은 겉으로는 웃지만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잘 웃지는 않지만 마음의 문을 잘 열어준다고 한다. 오, 아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히 러시아 사람들은 웬만해선 진짜 무표정한 것 같다. 나는 마음의 문이 열리지는 않더라도, 낯선 곳에서는 웃어주는 사람들이 더 좋은 것 같다.

 니키타가 조용하게 말했다. 

“이 숙소는 프랑스에 있는 호텔의 인테리어를 훔쳐와서 만든 가짜 호텔이야, 하지만 호스트에게는 비밀로 해줘 쫓겨나고 싶지는 않거든.”

아무도 이 호텔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았는데, 조용히 다가와 속삭이는 걸 보니, 니키타는 이 얘기가 하고 싶어서 입이 엄청 간지러웠나 보다. 또 한국어 욕을 배우고 싶다며 알려 달라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욕을 뱉긴 했는데, 이 욕이란 걸 어떻게, 유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에 와본 적은 없지만 일 년 뒤에는 꼭 와보고 싶다던 니키타, SNS는 바보 같다며 손도 대지 않았던 그였기에, 연락할 방법은 없지만 나중에 꼭 한국에 들려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잠시 숙소 앞에서 찬 바람을 쐬고 들어왔더니, 게스트하우스의 거실은 갑자기 온통 중국인으로 가득했다. 와우, 이것이 대륙의 힘인가. 마트에서 사 온 자몽을 먹기 위해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앞의 테이블에는 연인으로 보이는 한국인 두 분이 앉아있었다. 우리는 마트에서 사 온 자몽을 나눠 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두 여행객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방금 이르츠쿠르크에 도착했다고 한다. 어쩐지 그리운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기더라니. 내일 바로 알혼섬을 들어갈 예정 이라던 그들에게, 알혼섬의 따끈따끈한 정보를 열심히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의 여행을 구경하자며, SNS를 교환했다. 그러자 여행객 중 한 명이 화들짝 놀라더니, 갑자기 사는 곳을 묻는다. ‘뭐지?’하고 SNS의 함께 아는 친구를 확인한 나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얘를 어떻게 알아요?”라며 나에게 질문하는 모습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제 친동생이니까 알죠..

세상은 참 넓은 것 같으면서, 참 좁다.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한 여행객이 다가오더니, 알혼섬에서 구해준 사람의 친구라며, 고맙다고 내 손에 간식을 쥐어줬다.


  알혼섬에서 부르한 곳을 여행 중일 때, 두 명의 여행객이 커다란 허스키에게 곤욕을 겪고 있었다. 놀아 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문채로 놔주지 않는 대형견이었는데, 낯선 알혼섬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게는 기피대상 1순위였다. 나는 나뭇가지로 살살 꼬셔서 대형견의 관심을 뺏어왔다. 그 이후로, 우리 일행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놀아 달라고 어찌나 바짓가랑이를 붙들던지. 놀아줘도, 놀아줘도 끝이 없었다. 대체 얼마나 더 놀아 달라는 거니. 이 장난꾸러기야…


 그 이후에 또 한 프랑스인을 만났지만,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영상통화를 하며 동양인을 소개해주기 급급했다. 흥미를 잃은 나는 곧 방으로 들어가 곯아떨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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