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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꾸 Dec 13. 2020

국토종주, 갈 거야 말 거야.

 자전거 라이딩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운동 중 하나다. 자전거를 탈 바엔 차라리 스쿠터를 하나 사서 타고 다니는 게 낫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대체 자전거를 왜 사냐고 그보다 훨씬 더 편하고, 빠르기까지 한 스쿠터가 있는데.


 가족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이것저것 얘기를 하던 도중 동생이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가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한창 여행에 미쳐있던 나는 동생의 여행 소식에 가슴이 뜨겁게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동생과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가장 친해지기 어려웠던 사람. 내가 망가트려 버렸던, 회복하고 싶은 관계. 항상 과거를 생각하면 미안한 존재. 가끔 보면 재수 없지만 그래도 끊을 수 없는, 항상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싶은. 뭐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 좀 더 동생의 깊숙하게 친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 앞도 뒤도 없이 간다고 말해버렸다. 자전거를 빌려주시겠다는 외삼촌에 말에, 혼자 가려했는데 상관없다는 동생의 말에 힘 입어, 술에 반쯤 취해버려서 느릿해진 손으로 아르바이트 중인 가게의 사장님께 일 좀 빼고 싶다며 취중 카톡을 보내버렸다.

 

 다음 날, 숙취에 늦게 잠에서 깨어났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일을 빼도 된다는 사장님의 허락과, 자전거를 가지고 오고 있다는 외삼촌의 연락에 나는 국토종주를 무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무를 것도 아니긴 했지만, 술에 조금 취해서 꺼낸 말이 었지만, 국토종주를 가겠다는 내 마음은 진심이었으니까.


 후하, 뭐부터 준비해야 하지. 나는 휴대폰을 열어 인터넷에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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