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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혁꾸 Dec 27. 2020

자전거를 타고, 북악산을 가는 사람들

 몇 년 만에 처음 밟는 페달과 북악산을 향했다. 국토종주를 시작하기 전에 동생과 함께 하는 첫 라이딩이었다. 오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4시쯤, 동생과 함께 집을 나섰다. 


어제저녁 술에 잔뜩 취해서 집에 돌아온 동생은, 비몽사몽 몸을 일으키며 자전거가 잠실 새내 역에 있다고 말한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동생은 따릉이를 빌려 잠실 새내 역으로 향했다.


그토록 타기 싫어했던 자전거 라이딩이었는데, 막상 페달을 밟고 광나루 한강공원으로 진입하고 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물결에 햇빛 반짝거렸고, 파랗게 물들어 있는 잔디 냄새가 향긋하다. 반복되는 페달질에 어느새 허벅지 근육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싫지 않았다. 되려 몸의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꽤나 재미있는 라이딩이었다. 


 잠실 새내 역에 묶여 있는 동생의 자전거를 되찾은 후, 우리는 다시 해가 떨어지는 한강을 달렸다.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로 우리는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이어진 한강길을 따라 잠수교를 건너 여의도를 지나서 도심으로 향했다. 신기한 게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 코스로 북악산을 찾아서일까. 차도의 오른쪽 끝 차선에는 자전거 우선 도로라고 쓰여 있는 차선이 있었다. 헐스, 자전거 타기가 이렇게 좋은 환경일 줄이야. 하지만 사실, 자동차가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우리는 자전거 우선 도로를 달렸다.


 2시간을 내리 달린 후에야, 잠시 도심의 편의점에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편의점에서는 1.5L짜리 물을 구매하여 나눠 마시고 각자 물통에 물을 다시 담았다. 어차피 30분 뒤면 땀으로 다시 흐를 수분이었다.


군인 시절 또 다른 하루 외출을 위해 방문했던 전쟁기념관을 지나고, 서울역을 지나고, 시청을 관통하며 우리는 서촌에 다 달았다. 청와대가 보이는 북악산 라이딩 코스의 출발점이었다.  차도를 타고 쭉 올라가니, 청와대가 보였다. 역시 청와대 앞에는 경찰인지 의경인지 군인인지 모를 많은 경비원들이 경비를 삼엄하게 이루고 있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었지만, 괜히 뭐라도 잘못한 듯 움츠러들었다.


신호가 바뀐 뒤, 우리의 북악산 라이딩이 시작됐다.


.

.

세상에, 이렇게 사람 심장이 이렇게 빨리 쿵덕거릴 수 있는 걸까? 체육 대학교 입시를 위해 운동하던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니,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그때보다 심장이 더 폭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승전결의 흐름이라는 건 없었다. 오른 지 1분이 채 되지 않아 급격한 경사가 나타났다. 하지만, 나름 체대생이라는 자부심으로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은 채 허벅지를 쥐어짜며 급경사를 견뎠다. 하지만 경사로가 끝나고 마주한 건 북악산 스카이웨이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였다.


 세상에 있는 온갖 욕이란 욕을 북악산에 퍼부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코스를 만든 것인지, 북악산 스카이웨이 이정표를 보고 10분이 지났을 무렵, 동생과 나 사이에 대화가 사라졌다. 나는 거친 호흡 사이로 목소리를 욱여넣으며 동생에게 제안했다. "끌고 갈 생각 없냐?" 나의 제안을 들은 동생은 대답 대신 자전거에서 바로 뛰어내렸다. 그때 나에겐 동생에 대한 비웃음보다는 '살았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아, '고맙다'라는 생각도.


 그렇게 우리는 북악산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 라이더들을 칭찬하고 존경하며 북악산을 올랐다. 페달을 밟다가, 자전거를 끌다가, 밟다가, 끓다가를 몇 번이나 반복한 뒤에 우리는 팔각정에 거의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팔각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차들이 그 증거였다. 그 후로 우리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사람처럼, 우리는 가쁜 숨을 내쉬며 북악산의 정상, 팔각정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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