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두 얼굴, 모험 그리고 안전

by 혁꾸


환전을 위해 공항 환전소의 기다란 대기 줄 끄트머리에 섰다. 유심을 구매하는 줄과 환전하는 줄이 다르기 때문에, 유심 구매를 먼저 마친 사람들도 금방 환전을 하기 위해 우리 뒤로 붙었다.

공항 환전소의 긴 줄을 돌아다니며 말을 거는 한 러시아 남성이 있었다. 영어도 한국어도 잘 못하는 그 남성은 개인적으로 환전을 해주는 사람이었다. 어김없이 우리에게도 남성의 환전 제안이 들어왔다. 계산해보니, 공항 은행에서 100달러를 환전하게 되면 받을 수 있는 돈은 4950 루블이었다. 하지만 그 남자에게 환전을 받으면 무려 5500 루블을 받을 수 있었다. (약 1만 원 차이다.) 만원이면 택시가 두 번, 밥이 두 번… 하지만 타지에서 의심 없이 외국인을 믿기는 쉽지 않은 법.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표현하니, ‘생각할 필요가 없어! 우리가 무조건 저렴해!’라는 듯한 그의 표정과 몸짓이 나에게 전해졌다. 혼자 여행이었으면 무조건 그 남자에게 환전했겠지만, 이번에는 성진이와 의견을 조율했다.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나와는 달리, 성진이는 안전하게, 다른 사람이 하는 데로 따라가자는 주의였다.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는 도 중, 나는 공항 환전소의 여직원과 개인적으로 환전해주는 남성이 친근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들의 표정과 몸짓을 유추해 보았을 때 대화 내용은 대략적인 대화 내용이 보였다.

“하, 한국인들 의심이 너무 많아. 나한테 환전하는 게 더 저렴한데 말이야.”

“ㅋㅋ 그래도 어쩌겠어~ 여행객들은 공식적인 환전소에서 환전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야.”

“그러게, 오늘따라 지갑… 아니 마음을 열어주는 한국인들을 찾기 쉽지 않네”

“힘내~ 이따 일 끝나고 보드카 한 병 하자구~”

사실 나의 뇌내 망상일 확률이 크다. 인터넷의 어느 포스트를 찾아봐도 공항에 이런 유의 사기꾼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없다는 점과, 공항 경비가 제제를 하지 않는다는 점, 환전소의 직원과 친구라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범죄는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환전소보다 수수료가 배는 저렴했기 때문에 혼자 여행을 왔다면 기꺼이 환전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이번 여행은 같이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나의 의견만을 밀어 부칠 수는 없다. 안전하게 가자는 성진이의 의견을 수렴하여, 비교적 저렴하고 사기당할 염려가 없는 길을 선택했다. 바로 개인 환전보다는 비싼 수수료지만 공항 환전소보다는 저렴한 수수료의 ATM 기계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처음 ATM을 이용해 보는 탓에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랐지만, 우리는 의지의 한국인. 몇 개의 버튼을 눌렀다 초기화면으로 돌아왔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금방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시내까지의 대중교통 비용과 저녁식사 비용 정도를 인출 한 뒤, 우리는 만족스럽게 유심을 구매하기 위한 대기줄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환전 및 유심 구매 꿀 TIP, 유의사항

*러시아의 ATM 기계 중에는 수수료를 저렴하게 떼어가는 회사가 하나 있다. 회사의 이름은 모르지만, 초록색 ATM 기계다. 초록색 ATM 기계. 잘 기억해두길 바란다. 초록색 ATM을 제외한 다른 ATM 기계는 웬만한 환전소보다 수수료가 비싸다. 공항 환전소 옆에는 두대의 ATM 기계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 한대가 바로 초록색 ATM 기계다.

만약, ATM 기계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한국에서 미리 ATM 기계 이용법을 숙지하면 좋다. 공항에 도착하게 되면 러시아 유심을 구매하기 전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우리가 ATM 기계 조작으로 헤맨 이유가 되겠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유심을 구매할 때, 꼭 얼마 동안 러시아에 체류할 건지 기간을 말하는 것이 좋다. 체류기간을 말하지 않으면 언제 유심 기간이 만료될지 알 수 없다. 기간 상관없이 유심의 가격은 약 2만 원으로 동일하다. 유심 만료기간은 최대 2주로, 2주가 지나면 서비스센터에서 유심을 구매해야 한다. 또한, 유심은 복불복으로 자신의 유심이 여행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끊길 확률도 존재한다. 본인은 14일간의 유심을 구매했지만 10일 차 즈음 유심이 멈췄다. 하지만 같이 구매한 나머지 두 명의 유심은 멀쩡했다.

이럴 경우 당황하지 말고 기차역 유심 데이터 충전 자판기에서 유심 데이터를 충전하거나, 기차역 앞 통신서비스센터에서 유심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공항과 비슷하다.

때문에 본인은 원래 14일 차쯤 도착 예정인 카잔에서 유심을 교체할 예정이었으나, 유심 문제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일찍이 유심을 교체했다.

어렵지 않으니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유심 교체 후 즐거운 여행을 떠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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