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도 고난이 있다.

여행 내내 술술 풀리는건 내 다리뿐이었다.

by 혁꾸


시계 바늘이 수직으로 설 때 즈음 우리는 공항을 탈출 할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시내인 아르바트 거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아무리 인터넷을 보고 정보를 찾아 왔다지만, 초행길에서 원하는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 러시아인 커플이 서있는 버스정류장 비슷하게 생긴 곳으로 다가갔다. 버스의 정보가 하나도 나와 있지 않는 애매한 정류소에서, 2주간 준비해온 알아 들을 수 있을지 모를 러시아어로 아르바트 거리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여기가 맞는지 커플에게 물었다. 어눌한 발음을 찰떡같이 알아들어 준 고마운 러시아 커플은 손가락으로 반대쪽 정류장 가리켰다.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반대쪽으로 걸어가니 인터넷에서 보던 107번 버스의 시간표가 적혀 있는 반가운 표지판이 나왔다.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니 마지막 출발시간이… 오후 6시?? 지금은 6시 8분이었다. “큰일났다.” 하며 성진이를 쳐다보는데 정류소 앞으로 러시아 버스 한대가 쓰윽 들어왔다. 작은 버스의 뒤쪽 창문에는 ‘107’이라는 반가운 숫자가 적혀 있었다.


감사합니다 여행신이시여, 평소에 시간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 이렇게 선물을 내려주시는군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르바트거리

(블라디보스토크역 근처) 까지 버스 이용 Tip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아르바트거리 까지 운행하는 107번버스.

오전 8시 ~ 오후 6시 사이에는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오후 6시 이후에는 한 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는 시간 맞춰오지만 바로 출발하지는 않는다.

버스는 약 20분 정도 기다리며 버스 안에 사람들이 어느정도 채워져야 출발한다.

맨 마지막에 탑승하는 손님은 버스의 앞좌석에 앉아 러시아의 고속도로를 구경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마지막에 탈걸…

버스 요금은 사람당 200루블 (약 4천원) 짐 하나당 100루블 (약 2천원) 이다. 여행객은 당연히 총 300루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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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아르바트 거리에 도착하다.


좁은 버스 좌석에 불편하게 앉은 채로 2시간이 흘렀다. 가는 도중에 차가 엄청 막혔다. 진짜 이제 더 이상 허리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다. 차라리 혀를깨물까 생각 할 때 즈음,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8시 반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픈 허리 넘어로 우리 눈 앞에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아름다운 아르바트 거리가 있었다. 아르바트 거리는 반짝이는 파란색 불빛들로 가득 꾸며져 있었다. 원래 저녁식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 갈 예정이었으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 바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내내 처음 보는 아르바트 거리의 모습에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숙소를 찾기 위해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숙소로 가는, 가야하는 길을 확인 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경사가 꽤나 있어보이는 오르막이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길이 없는데 어찌하리. 허벅지의 뜨겁지만 고요한 비명을 느끼며 오르막을 올랐다. 높은 언덕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시설만큼은 최고였다. 특히 아름다운 러시아 미녀 호스트 안나, 그녀는 안경을 쓴 지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걸까? 안나의 나긋나긋하고 따뜻한 러시아 목소리에 차가운 바람에 얼어버린 우리의 손과 귀가 사르르 녹아 내렸다. 게스트 하우스 선물로 당근핸드크림을 받았다. 안나에게 받은 첫 번째 선물이다. 이걸 내가 쓸 수 있을까? 그리고 도착한 숙소에는 먼저 도착한 인웅이형과 또 다른 여행객 한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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