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대화를 하는 건 누군가와 교감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다.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교감하는 것 또한 그렇다. 대화를 하는 방법은 꽤나 여러 가지다. 눈빛으로 하는 대화, 손짓과 몸짓 그리고 도구를 통해 나누는 대화.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도, 알고 보면 매 순간마다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말로 하지 않는 대화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가끔 낯선 사람의 눈빛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하는 것처럼.
또 대화는 상대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뭐 짧은 대화만으로 상대방의 인품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눈치를 조금 가졌다면, 짧은 대화만으로도 상대방이 대충 어떤 성격을 소유하고 있는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대화의 수준이란 뭘까? 사실 품격 있고 수준 높은 대화를 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지 않을까?
현실적인 대화에서 대화의 수준이란 건 딱히 가늠할 수 없다. 대화는 공통의 관심사, 관계, 직업, 분위기 등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이야기일 뿐이니까. 변화에 굽이치는 대화는 서로 꼬리를 물다 가끔 삼천포로 빠져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시작과 끝의 주제가 다른 건 즐거운 대화의 묘미이기도 하다.
나의 보통 대화의 양상은 이렇다. 친구와는 서로의 특별했던 경험들, 이성친구의 이야기들. 직장에서는 직장에 관한 대화들, 친한 동료와 다른 직장 동료의 호박씨를 깐다든지ㅎ.. 사실 호박씨는 제일 재밌는 대화거리 중 하나다. 이별을 겪은 친구를 위로해 주기 위해 만난다든지. (이별 뒤에는 호박씨를 확실하게 까줘야 예의다.)
20년을 훌쩍 넘겨버린 나의 대화 역사들을 들여다보면, 내 인생에서 수준 높은 대화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쭉 없을 것만 같다. 변했으면서도 한결같은 대화를 해왔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그럴 것만 같다.
분명히 어려운 대화도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하지만 상대방이 아는 것만큼 들어주면서 호응까지 해주기란 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는 만큼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 데서나 지식들을 쏟아내는 건 좋지 않으니까. 옆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나만 아는 지식들을 장황하게 쏟아내어 봤자 내 지식은 옆 사람의 한쪽 귀로 흘러들어가 반대쪽 귀로 흘러 나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마 잠시 동안은 옆 사람들의 공감하지 못하는, 영혼 없는, 반사적인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는 만큼 얘기를 쏟아내고 싶다면, 쏟아내고 난 뒤에 꼭, 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하자. 그러면 내 아는 척은 서로가 기분 좋은 대화로 탈바꿈한다. 일방적인 대화가 끝나고 난 후의 민망한 정적을 웃음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아는 만큼 말하고 싶은 건, 소위 말해 아는척 하는건 인간의 본능이다. 아니 ㅋ 나의 본능인가? 괜히, 똑똑해진 것 같은 기분... 뭐 그렇다는 얘기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