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by 혁꾸

내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드라마를 볼 때마다, 감동적인 삶을 사는 상상을 하게 된다. 가진 재능을 뿜어내며 극과 극을 오가는 화려한 삶은, 언제가 되어서야 살 수 있을까.

감상을 마치고 난 뒤, 아직 감동적인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되어 있는 나는, 짙은 여운을 맞이한다. 여운 속에서 한심하게 빈둥대며 보내 버린 지난 삶을 후회하기도 하고, 삶에 대한 열정이 들끓기 시작하기도 한다. 그리곤 눈을 뜬 채 꿈을 꾸기 시작한다. 맞지도 않은 비참한 삶 속에 허우적대며 술과 담배로 하루를 버티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해보고, 인생은 정말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거리를 걸어 보기도 한다. 나는 언제쯤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을까.

확실히 인생의 주인공보다는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 인생의 주인공이 되라는 말은 너무 형편없는 말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인생은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물론, 그 문장 한 줄에 희망을 얻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예전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꿈도 바뀌고, 이상형도 바뀌고, 성격까지 바뀌곤 했다. 그래서 어느 날은 경찰이 되었고, 어느 날은 해적이 되었고, 가끔은 바다 밑 파인애플 속에 살고 있는 노란색 스펀지가 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다르진 않다. 지금은 나의 재능과 현실을 꽤 많이 깨달아 버리게 되었다는 것만 뺀다면.

그래도 나는 이런 낭만적인 상상에, 나름 커다란 삶의 원동력을 얻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있는 나의 모습을 꿈꾸면서.

그러고는 괜히 체스판을 열어 체스를 두기 시작했다. 마치 방금 만났던 주인공 된 것처럼.


[ 이미지 출처 ]

드라마 "퀸스 갬빗"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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