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금치 피자를”

by 혁꾸


나는 편식쟁이는 아니다. 하지만 별로 먹어본 적 없거나, 맛없어 보이는 음식에는 딱히 젓가락을 가져가지 않는 편이었다. 지금은 안 먹어 본 음식도 없고, 식사량도 늘어서 항상 밥그릇을 깨끗하게 비우는 편이긴 하지만.

그리고 가끔은 풍요로움 속의 뚱뚱한 삶을 사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다이어트 걱정 없이, 매 끼니마다 온 세상의 달콤한 음식들을 맛보며 평생을 보내고 싶다.

그런데 밥을 먹다가 문득, 내가 기막힌 욕심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식판 위에 놓인 음식을 누군가가 가져갈 때, 그 모습이 나는 그렇게 못미더웠다. 뭔가 나에게 할당된 지분을 빼앗기는 느낌이랄까? 그것도 웃긴 게, 어차피 안 먹으면서, 가만히 놔두면 끝까지 손도 안 댈 거면서, 나는 괜히 심통이 났다.

하지만 나는 괜히 “먹어라”하며 쿨한 척 심통 난 마음을 감췄다. 가끔은 내 음식을 가져가서 우걱우걱 맛있게 먹는 친구를 보면 ‘그렇게 맛있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그게 맛있냐?”하고 물을 때면, “배고파서 먹는 거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언제는 음식을 뺏기기 싫은 나머지, 달라고 하기 전에 괜히 한 젓가락 집어먹곤 했다. 이미 내 손을 탄 음식을 탐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마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음식을 뺏기기 싫은 마음에 한두 번씩 집어먹다 보니, 어느샌가 못 먹는 음식이 없게 되었다.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게 된 건 덤이다.

요즘에는, 옆 사람이 밥을 남길 때면, ‘왜 안 먹지…’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대신 먹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달라고 하기는 또 싫다. 뭔가 자존심 상하는 느낌이랄까. 나에게 “내 것도 먹을래?”라고 말해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아, 맞다. 요즘 먹기 싫은 음식이 생기긴 했다. 바로 “시금치 피자”다. 일반적인 피자를 생각하며 먹으러 갔다가, 데치지도 않은 시금치 한 주먹을 통째로 씹어 먹는 곤욕을 겪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 과분한 웰빙인 듯하다. 계속 씹다 보니, 어느새 나는 여물을 우물거리는 한 마리의 소가 되어있었다.

아니 뭐, 내가 제대로 못 먹어봐서 그런걸지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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