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늪

by 혁꾸

며칠을 내리 집에만 있었는지 모르겠다. 침대에만 며칠을 누워 있다 보니 삶의 여러 가지 부분들을 잃어버렸다.

생각이라는 걸 잃어버렸다.

일을 하지도, 놀지도 않는 인생이 이렇게 멍할 줄이야. 24시간의 삶을 사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아무것도 없다. 방 안의 탁한 공기에 무뎌진 뇌는 언제부턴가 활동을 멈춰 버렸다. 글을 쓰고 싶어도 한 게 없어서 딱히 글 감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움직이는 삶을 살아야, 손끝으로 삶의 작은 빗금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삶의 빗금들을 파고들어 얻게 되는 삶의 교훈들을 적어내는 게, 나의 하루의 저녁을 매듭짓는 작은 행복이었다.

나를 꾸미는 열정을 잃어버렸다.

신체활동이 없어졌다. 오늘은 분명 운동하려고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늦어버렸다. 사실 변명이다. 엎드려서 바닥을 밀기만 해도 운동인데, 그냥 귀찮을 뿐이다. 덕분에 근육은 마치 입 안에서 녹는 소고기처럼 살살 녹아내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남들의 시선으로 가득 채워진 이 외모지상주의의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자 많은 시간을 근육에 쏟아 내었었는데, 운동을 멈춘 지 2주가 채 되지 않아 녹아버린 근육의 자리에는 원래 주인이었던 기름 낀 지방이 들어차버렸다.

아, 그런데 사실 왜 지금 나는 행복한 것 같다.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충전기에 꽂혀 죽지 않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하루 두 번 배달기사님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산다는 의미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으면서, 나는 왜 행복을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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