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는 과학이다.

by 혁꾸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격언이다. 주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을 헐뜯는 용도로 사용하기 좋다.


근데 정말 맞는 말이다. 끼리끼리는 모이는 건 과학인 게 분명하다. 끼리끼리 있는 것처럼 속 편하고, 재미있고, 잘 맞기까지 한 관계가 또 없다. 조금 과장해서 옆 사람을 부른 뒤에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지는 게 끼리끼리다. 그래서 친구 관계에서도, 직장 안에서도,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 일지라도, 나와 비슷한 대화 코드를 가졌다면 어색함도 잠시, 나도 모르는 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곤 했다.


어렸을 때는 참 대인관계에 서툴렀다. 누구와 잘 맞는지를 파악할 줄 몰랐던 그때는 그저 옆에 있는 활발한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었다. 요즘 들어 소위 ‘인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친해지기 위해 억지로 그 친구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으로 쭉쭉 떨어졌다. 대화할 때마다 몇 번이고 엇갈리는 대화 코드에, 주위는 어색한 분위기로 무겁게 내려앉았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나는 그들과의 대화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나 자신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사귀려고 했던 친구들과 멀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레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굳이 친해지려고 하지도 않았고,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지만 어느새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었다. 대화 코드가 잘 맞는지 엇갈리는지 같은 것들이 생각날 필요가 없었다.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친구들이었고, 자주 만났지만, 서로의 말 한마디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친구들이었다.


나에게 맞는 인간관계를 가지는 법을 조금 알게 된 이후로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낮아졌다. 착한가, 나쁜가를 따지며 누군가를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서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자연스레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는 게 훨씬 서로에게 편안하고 좋으니까.


그러다가 보니, 가깝다가 멀어진 관계가 생겨 아쉽기도 하고, 멀었지만 가까워진 관계가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챙겨주고 싶다고, 모든 사람을 챙겨줄 수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저 손이 닿으면 잡아주고, 품이 닿으면 안아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지 출처

[ Robert Collins, @robbie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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