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다. ]
한 마디로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롭게 기다리라는 뜻이다. 왜 나는 그게 잘 안될까.
나는 항상 내가 기다리는 무엇인가에 기대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다들 그렇듯이 기대하는 만큼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을 보든, 면접을 보든 합격 통보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다음 있을 시험과 면접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한 가지 예외 사항이 있다. 시험이 일 년에 한 번만 있었던 경우, 게다가 결과도 바로 나왔다. 여러 명의 친구들 과 함께 시험을 치렀고, 전부 합격했으면 좋았겠지만, 전부 탈락이었다. 패배감이 우리를 휩싸 안았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다 같이 떨어진 탓에 다 같이 웃을 수 있었다.
시험이 끝나고 후련함에 “에잇! 집어치워!”라고 말하며, 시험에 응했던 친구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척했지만, 매 순간 추가 합격에 대한 희망을 붙잡으며,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했다. 염치없게도, 내가 아는 모든 신의 이름을 되뇌며 말이다.
[ 기대감은 나를 게으르게 만들었다. ]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 마셔 버렸다. 덕분에 긴장도 풀렸는지 자연스레 몸도 게을러졌다. 하지만, 좀처럼 연락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게을러져 버린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들이 기대감에 게을러져 버린 나를 자괴감으로 가득 채워 버렸다.
아, 이렇게 백수가 되는구나 싶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몇 가지 삶의 법칙을 깨달았음에도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다시 정신을 차리고 책상에 앉기까지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확신에 찬 기대 속에 보낸 기다림의 시간은 달콤했지만, 언제 까지고 기대감만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하, 역시 김칫국은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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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y Ee, @da_b_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