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올해의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
특별하지 않았던 일 년이었던 것 같은데, 1월의 첫 장부터 한 장씩 넘겨가며 되돌아보면 참 특별했던 일 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도 다녀왔고, 새로운 사람들도 여럿 생겼으며, 나의 새로운 모습들도 알게 됐다.
휴대폰의 사진첩을 열어 지난 추억들을 하나씩 넘겨보았다. 재미있는 사진들 속에는 중간중간 언제 찍었는지 모를 사진이 섞여 있기도 했다. 덕분에 까맣게 잊고 있던 지난 기억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더니, 진짜구나. 사진 한 장 없었으면, 평생을 잊고 살았을 추억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니, 일 년전 사진 속의 내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언제 이렇게 변한 건지, 느낄 새도 없었다. 어휴, 이렇게 늙는구나 싶다. 뭐, 당연한 순리겠지만 말이다.
일 년간 세상이 변하는 만큼, 내 모습도 변했고, 주위 모습도 변했다. 하지만 좋게 변한 것들도, 나쁘게 변해 버린 것들도, 딱히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그것들에 익숙해질 때쯤 되면 또 불어오는 바람에 다시 새로워질 것들이니까.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며 후회하지도, 혹은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어차피 인생은 흘러갔다.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마주할 일을 소화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벅찰 테니까.
달력을 보며, 한 것도 없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갔나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썩 나쁘지 않은 일 년을 보낸 것 같다. 항상 책상 위를 차지하고 있던 나의 일기장은, 손 때에 전부 헤져서, 나와 함께 늙어버렸지만, 낡은 외관과는 달리, 속은 일 년 간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는 동화책이 되어있었다.
이제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며, 다시 꺼내 지난 시간을 추억하게 될 날까지 책장에 고이 모셔 놓도록 해야겠다.
마침표를 찍으며, 2020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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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ven Krcmarek, @nevenkrcmare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