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에는 떡국을 먹는다.

by 혁꾸

어릴 적 어머니는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이 많아지는 거라고 하셨다.


어릴 때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마음에 몇 그릇씩 떡국을 먹곤 했다. 물론, 몇 그릇을 먹더라도 나이가 많아지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왠지 금방 어른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좋았다.


식성이 좋던 3살 터울의 어린 동생은 나보다 형이 되겠다며, 끼니마다 몇 그릇씩 떡국을 먹어 치웠다. 기어이 나보다 네 그릇을 더 비워낸 동생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승리에 찬 웃음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내가 형이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장난으로도 동생이 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동생을 따라 나이를 먹기 위해 열심히 떡국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문득, 떡국을 먹다가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 이제는 점점 나이 먹는다는 게, 징그럽고 안타까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떡국이지만, 오늘만큼은 먹고 싶지가 않았다. 떡국 때문에 나이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이뤘다고 말할 것이 하나도 없는데, 속절없이 흐르기만 하는 세월이 밉기만 하다. 나는 아직 갓 어른이 되던 스무 살의 모습 그대로인 것만 같은데.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게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부분인 만큼, 나이를 먹으며 내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 나이를 먹는 만큼 살면서 느끼는 것도 분명 많아질 테니까.


떡국, 정말 오늘만큼은 피하고 싶은 음식이 되어버렸지만,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먹겠어. 그냥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떡국을 먹으며 이 순간을 즐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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