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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Sep 13. 2023

남이 해준 밥이 참 맛있다.

삼시세끼 식사는 필수다. 그리고 나는 먹는 것을 꽤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편안히 앉아 있는 것은 최고의 휴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먹기가 귀찮은 순간이 있다. 

너무 좋으면서도 너무 귀찮은 이유는 바로 체력 탓이다.



내가 만든 밥은 좀 아쉬운 이유


밥을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데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모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활동이다. 

특히 나 혼자 먹을 밥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 것이 시간의 제약 속에 에너지는 뺏기는 느낌이다.



게다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특별한 끼니를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어떤 이유에서인지 혼자 먹는 내 요리는 맛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일단 좋은 요리를 만들려면 시간과 주의가 필요한데, 

나는 서둘러 요리하거나 요리하면서 집안일을 챙기는 등 종종 주의가 산만해진다. 

그래서 쉽고 빠른 요리 위주로 (주로 덮밥) 간편하게 요리한다.



그러다 보니 매번 그 요리가 그 요리다

유튜브를 보며 요리 스킬을 향상하려 노력하는 것은 그나마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줄 때다. 

사실 어떤 요리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재료를 준비하며 레시피를 찾는 과정이 귀찮기 때문에,

이를 행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대게는 어제 먹었던 밑반찬 몇 가지를 꺼내 찬밥에 계란을 부쳐 티브이를 보며 쩝쩝 먹는다.





달걀만 나와도 맛있는 남이 해준 밥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식사는 중요하다. 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고, 영양소와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무엇보다 밥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기대감과 기쁨을 주고, 먹는 순간에는 입이 즐겁고,

배가 든든해야 다시 힘을 내서 다음 일을 해나갈 수가 있다.



귀찮음과 행복이 공존하는 식사시간. 이럴 때 먹고 싶어 지는 게 바로 '남이 해준 밥'이다.

남이 해준 밥은 그냥 달걀 프라이만 하나 부쳐도 맛이 있다. 남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결이 뭘까?





지나고 나니 소중함을 깨닫는 것들이 있다. 

엄마밥은 원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다행히 가끔 먹을 수 있다),

뒤늦게 깨닫고 이제는 먹지 못하게 된 것은 바로 '급식'이다.



나는 어렸을 때 급식의 진가를 몰랐던 것을 훗날 두고두고 후회했다. 끼니마다 따박따박 나오는 저렴한 음식.

늘 똑같은 맛이라고 감흥이 없었고, 대학생땐 학식 대신 일부러 나가서 사 먹기도 하고 그랬는데,

사치다 사치. 

우리 학교 학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곳이었는데 아깝기도 해라. 

후배들이 맛있게 찍어 올린 학식 사진을 보면 그리움을 넘어 너무나 부러워졌다. 

나도 급식 먹고 싶다. 급식은 여전히 거기 있지만, 이젠 내가 거기에 없다.



남이 해준 밥을 먹을 기회가 왔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나한테도 기회가 왔다. 바로 사택식당이다. 

지금 살고 있는 사택에는 가족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시중배달음식이나 외식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월급에서 차감 형식) 밥을 먹을 수 있다.

8년을 사택에 살았지만 가보지 못했던 식당이었다. 막내를 계속 집에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막내가 두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 가면서 방학을 맞은 큰 딸과 의기투합해 식당을 찾았다.



여전히 학식을 먹던 장소의 모습과 비슷한 일반적인 식당

그런데 새로운 눈으로 본 그곳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학창 시절에는 그렇게 지겨워하던 급식이었는데, 지금은 호텔에서 제공받는 뷔페같이 호화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요즘은 한 번씩 사택식당에서 먹는 재미에 빠졌다.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도록 

가고 싶을 때마다 (물론 직원들이 많이 붐비는 시간은 피해 주면서) 가려고 한다.



매주 필수 영양소에 맞춘 식단이 알아서 만들어져 나온다. 

나는 어떤 고민이나 밥에 대한 준비과정 없이 차려진 밥을 떠서 먹기만 하면 된다. 

아마 도시에 한식 뷔페가 이런 느낌일 것 같은데

시골에 사는 나에게는 이곳이 유일하게 급식 형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식단표도 확인 안 하고 제공해 주는 것만도 고마운 밥을 먹으러 간다. 

매일 새로운 따뜻한 밥이 거기에 있으므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자


어쩌면 늘 비슷한 맛이겠지만 식당밥이 너무 고마운 이유

일단 편하다. 남이 해주는 밥은 나에게 휴식과 안정을 제공한다.

일상생활에서 바쁜 일정과 스트레스로 인해 밥을 준비하기 어려울 때, 한 번씩 찾아가는 식당밥은 정말로 큰 힘이 된다.

또한 식당밥은 종류가 다양하다. 영양사와 조리사의 작품으로 전문가의 솜씨가 결합되다 보니 맛과 다양성이 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해 놓은 밥을 먹으면서, 나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밥에만 집중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신적인 휴식을 주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된다.



그럼 맨날 남이 해주는 밥을 먹는 건 어떨까?



...아니다.



또 그러다 보면 다시 내요리가 그리워지기도 해서, 

가끔은 나를 위해 정성껏 시간을 내어 요리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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