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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윤 May 29. 2024

외로움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평일의 나홀로 브런치.

주말을 정신없이 보낸 주부는, 평일 오전이 자기만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최선의 힐링으로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그런데 의외로 밥 차려먹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혼자 먹을 밥인데 대충 차리자 싶다가도 대충 차리는 것도 일이다.

배달을 시킬까 어플을 켜면 최소금액 얼마 이상에 배달팁까지.

아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서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혼자 있을 때, 주말부부 할 때마다 계속 같은 고민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을 차려 먹일 때처럼 의무감이 없는데,

자유롭고 내가 먹고 싶은 것만 잔뜩 해먹을 타이밍에 오히려 의욕이 없다.



실용성 탓이다. 나만을 위한 재료준비, 재료 다듬기, 요리하기, 영양가 챙기기는 

어쩐지 시간 낭비 같고 보람이 덜하다.

그보다 푹 쉬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짧은 시간에 해결해 버리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항상 명심하다시피, 나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밥 챙겨 먹기가 과제처럼 느껴지고 동기부여가 안되면,

유튜브나 티브이에서 혼자서 잘 챙겨 먹는 사람들을 보며 좀 배우려고 한다.



그러다 한번. 따라 하던 요리를 망했는데, 갑자기 의욕이 확 식었다.

요리는 3일분이 나왔고 어찌어찌 나눠서 억지로 다 먹기는 했지만,

다 먹어치워서 겨우 개운한 기분이 될 때까지 내내 찝찝한 기분이었다.

아, 그냥 외식이나 할까. 

아니지. 역시나 돈도 아깝고 꾸미고 나가고 싶지도 않다.

(사택에 있을 땐 한 번씩 이용했던 사택식당을 이사 후에 가지 못하니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일주일 동안 차를 두었더니 방전이 되었다.

배터리 충전식이라 오랫동안 운행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차도 인간처럼 한 번씩 움직여주지 않으면 아예 퍼져버리는구나.



남편은 운행할 일이 없으니 내가 평일 중간에 한 번씩 차를 모는 것이 좋다고 했고, 

그래서 차량 방전을 방지하기 위해 나는 평일 하루 점심 나들이를 나서게 되었다.

(결국 다음 주에 배터리를 교체했으므로 딱 한 번의 일탈이었으려나)



사진 Unsplash의 sarah brown


평일의 나홀로 브런치


평일의 홀로 브런치라니. 

혼자는 둘째치고 가족 없이 다른 사람이랑 브런치를 먹어본 일도 손에 꼽는 나다.

좀처럼 없는 기회이니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카페를 일부러 찾아갔다.

어찌어찌 주차를 하고 호텔 로비처럼 커다란 건물에 발을 들였지만,

주문부터 자리를 잡는 일까지 어찌나 어색한지 내내 버벅거렸다.



혼자 먹는 식사에 15000원 상당의 돈이 들어간다니 가격도 너무 비싼 것 같다.

각자의 대화에 빠져 즐겁게 웅성거리는 사람들, 잘 꾸며진 그릇에 올려진 식사.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긴 했다.

그래, 처음이니까 눈 감고 한 번만 먹어보자.

최대한 어색한 티를 안 내려고 창밖을 보면서 접시에 올려진 감자를 

하나하나 꾸역꾸역 집어 먹는데, 따뜻한 식감을 한참 우물거리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었다.



이제 조금 적응이 되었나 싶은 기분에 의자에 기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옆에 앉은 커플이 어쩐지 안쓰럽게 나를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미팅 상대를 기다리는지 혼자 전화를 붙잡고 있는 아저씨는 나처럼 어설퍼 보이고,

건너편에 여성 두 명은 예쁜 음식과 풍경을 열심히 사진 찍고 있고,

그제야 제각각 움직이는 사람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사진 Unsplash의daan evers


밖에서 먹으니 맛있다


일단 모처럼 왔으니 맛있게 먹자.

아까보단 익숙해진 자세로 이것저것 집어 먹다 보니,

어느새 한 그릇을 싹 다 비워먹었다.

평소 밥 먹으면서 보던 티브이도 안 보고 어디 전화해서 수다를 떤 것도 아닌데,

밖에서 군중 속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열심히 먹는 기분이랄까?



혼자 브런치를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돌밥 돌밥.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열심히 차려야만 먹을 수 있다는 중압감에

식사시간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함께 식사하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나를 지켜보며

좀 더 잘 차려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던 게 아닌가?



가족이 없을 때 홀로 외롭게 식사하는 것보다는,

군중 속에라도 있는 것이 더 나은 것인가?

나도 모르게 좀 더 열심히 먹게 되는 무의식적인 감시자 역할을 해주기도 하니까.



확실히 환경의 변화는 중요한 것 같다.

밖에서 혼자 식사를 하면 주변 사람들 속에서 낯선 신선함을 느끼곤 한다.

사람들의 소리와 움직임이 나를 둘러싸고 있으면,

마치 그들과 함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사진 Unsplash의 toa heftiba


나는 남는 사람이 아니야


집에서 밥을 먹을 때는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혼자 남은 느낌이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외출하여 어떤 공간을 찾아오면 자유와 독립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외식이 아니라도 공원 같은 새로운 장소에서 식사하는 경험은 모험과도 같다.

환경의 변화는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단순한 장소의 변화가 아니라, 내 마음가짐과 태도의 변화이기도 하다.



의식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주는 의미가 있다.

가끔은 나도 스스로를 '남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며 독립적인 면모를 확장해 나가야겠다.

사실 나를 위한 시간을 계획하고, 시간을 즐기는 것은 나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이를 통해 나는 삶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나저나 이 오믈렛은 아이들이 좋아하겠는데?

가운데를 쭈욱 가르면 부드럽게 사르르 흘러내리는 달걀 오믈렛.

이건 집에 가서 가족들이 돌아오면 다시 한번 만들어줘야겠다.

혼자 있는 시간이 소중한 만큼 가족들과의 시간은 더 소중하니까.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나만의 시간과 가족과의 시간을 균형 있게 가져가며,

일상의 다양한 면모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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