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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an 29. 2021

미래를 보여주는 기업의 성적표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증시 변동

본격적인 실적발표 시즌이 개막했습니다. 보통 1월 말 즈음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회사의 영업실적을 발표하는데요.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도 테슬라, 애플, 삼성전자 등 굵직한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 증시에서 주목받았던 기업들은 준수한 실적을 낸 곳도 있었지만,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꽤 있었는데요. 그제 뉴욕증시는 예상보다 부진한 기업실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과 게임스탑(Gamestop) 공매도 대란으로 큰 폭 하락했습니다. 뉴욕증시 하락은 어제 우리 증시에도 큰 악재로 작용했는데요. 오늘은 미국 증시의 주요 이슈들을 짚어본 후, 주요 기업들의 작년 실적을 총정리해 보겠습니다.


부진한 성적표+FOMC+공매도 대란=증시혼란

지난 며칠간 미국 증시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쳤습니다. 기업들의 대대적인 실적 발표가 이어졌는데,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를 제외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고 몇몇 기업들은 큰 적자를 내는 등 기업들의 성적표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특히 미국의 대표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이 작년 13조 원 순손실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충격을 불러왔는데요.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형성되면서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내놓은 AMD의 주가도 큰 폭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며칠 전 열린 FED의 FOMC 결과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FOMC는 FED의 이사들이 모여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자리인데, 이번 FOMC에서 FED의 파월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FOMC에서 파월 의장은 지난 수 개월 간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더뎌졌다며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죠. 금리도 동결되고 자산매입도 이전과 같이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파월 의장의 우려 섞인 발언에 증시에도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내심 기대했던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나오지 않은 것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죠.


여기에 미국 증시에는 최근 전례 없는 일이 있었는데요. 개인 투자자들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한 헤지펀드를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발단은 ‘게임스탑’이라는 미국의 게임 소매기업의 주식이었습니다. 게임스탑은 오프라인 기반 게임 소매업체로 최근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게임스탑의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미국의 한 주식 커뮤니티 회원들은 게임스탑의 주식을 매수하자고 의견을 모았죠. 개인들이 게임스탑의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가 60%가량 오르자, 멜빈 캐피털 등 월가의 헤지펀드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며 게임스탑의 주식을 공매도합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때 돈을 버는 투자 방법인데요. 


그러자 화난 개인투자자들이 게임스탑의 주식을 엄청나게 사들이면서 게임스탑의 주가가 2주새 7배 넘게 올랐습니다. 주가가 폭등하자 공매도에 나선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파산위기에 내몰렸고, 결국 매도 포지션을 철회했습니다. 문제는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로 빌린 게임스탑의 주식을 갚아야 해 다른 주식을 팔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요. 게다가 게임스탑으로 시작된 공매도 대란은 AMC, 블랙베리, 익스프레스 등 다른 기업으로 번지면서 월가의 투자사들이 수조 원 대의 손실을 입고 있다고 합니다. 손실을 본 투자사들의 주식 대량 매도 가능성이 미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죠.


기업들의 실적 부진, 실망스러운 FOMC 회의 결과, 공매도 대란이 종합적으로 시장에 불안감을 형성했고, 이것이 뉴욕증시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미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내 증시도 고전을 면치 못했고,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가 커지면서 달러-원 환율도 급등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증시의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봤는데요. 이제 주요 기업들의 실적 성적표를 살펴볼까요?


미국

먼저 미국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를 기회로 언택트 수요를 흡수하며 준수한 실적을 냈지만, 보잉, 스타벅스, IBM, 인텔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줄줄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말 코로나 재확산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주가가 6%가량 내렸고, 미국의 대표 테크 기업인 IBM과 인텔의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주가가 10%가량 폭락했죠. 그렇다면, 애플, 테슬라, MS,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미국 증시를 이끄는 기업들의 작년 실적은 어땠을까요?


애플 

애플은 이번에도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습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123조 원, 영업이익은 37조 원을 기록했는데요.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 불을 넘어섰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영업이익은 31% 더 성장한 것인데요. 작년 말 새로 내놓은 5G 스마트폰 아이폰12를 비롯해 아이패드, 맥, 구독서비스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습니다.


테슬라 

작년과 올해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테슬라는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4분기 수익이 월가의 예상치에 못 미치면서 주가가 내렸습니다. 테슬라는 작년 총 32조 원가량의 매출과 8,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요. 4분기 영업이익률이 3분기에 비해 크게 낮아지고 EPS(주당순이익)가 80센트로 시장 전망치였던 1.03달러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MS 

마이크로소프트는 4분기 매출만 약 47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는데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3% 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와, 새롭게 내놓은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그리고 각종 게임 소프트웨어가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코로나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 중 하나인데요. 작년에만 무려 3,660만 명이 서비스에 가입하며 가입자 수도 2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한 7조 3천억 원, 영업이익은 107% 성장한 1조 5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예상을 훌쩍 웃도는 실적을 내놨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언택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인데요.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30조, 영업이익도 44% 증가한 14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광고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보다는 제품 위주로 광고를 유치한 것이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애플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강화하며 iOS에서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 올해 매출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다음 주에는 구글과 아마존의 실적발표가 예정돼있는데요. 양사 모두 높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졌는데요. 전기차, 화학, 전기/전자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차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을 이끌고 있는 양대 축이죠. 두 기업의 실적에 대한 반응은 조금 엇갈렸습니다. 현대차는 작년 3분기 깜짝 실적을 내 시장의 기대를 모았는데요.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작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치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기아차는 지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내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는데요. 4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양사 모두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만큼 올해 성장성에 있어선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화학(전기차 배터리)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3대장으로 불리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실적 발표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모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은 오늘 10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중국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만큼 3사 모두 높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LG화학은 30조, 삼성 SDI는 11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LG화학은 배터리와 함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전기차 배터리에 더해 자동차에 들어가는 내장재 수요도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3배 늘었습니다. LG화학은 올해 목표 매출액을 37조로 잡았고, 삼성 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오늘 실적을 발표하는 SK이노베이션도 아직 배터리 부문 흑자 전환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견조한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전기/전자

우리나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큰 기대를 모았는데요. 삼성전자는 어제 역대급 실적 발표와 함께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을 공개했습니다. 작년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3%가량 늘어난 236조 8,100억 원의 매출을, 30%가량 늘어난 36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이와 함께 연간 배당 규모를 2,000억 원 가까이 늘리고, 주당 1,933원의 특별배당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작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인텔과 TSMC에 밀린 것이 작은 흠이었는데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보다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큰데, 작년 D램 가격이 바닥을 찍은 것과 환율이 낮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공식 실적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요. 4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273%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네이버는 작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요가 커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가량 증가한 5조 3천억 원, 영업이익은 5%가량 증가한 1조 2천억 원가량을 기록했는데요. 이커머스(네이버쇼핑)와 핀테크(네이버페이), 그리고 콘텐츠(웹툰) 사업이 골고루 성장하며 최대 실적을 낸 것인데요. 영업이익 1조 원 탈환 여부가 시장의 관심사였는데, 이를 가뿐히 넘어섰습니다. 실적발표와 함께 네이버의 주가도 어제 4%가량 급등했죠. 카카오는 내달 9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광고와 이커머스, 모빌리티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연 매출 4조 원을 넘을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입니다.


올해 기후위기와 코로나로 인한 친환경, 비대면 바람을 타고 관련 업계들이 급성장했는데요. 특히 전기차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업종들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실적의 불균형도 커졌는데요. 항공업이나 서비스업 등 코로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기업들은 큰 실적 저하를 겪으며 경기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과연 올해 백신 보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세계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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