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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3. 2021

다시 오디오의 시대가 온다

인기몰이 중인 '클럽하우스'와 팟캐스트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베타 서비스만으로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오디오 SNS, 클럽하우스(Clubhouse)가 화제입니다. 클럽하우스가 뭐길래 일론 머스크, MC해머 등 인플루언서들이 음성채팅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영상과 이미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SNS의 대세인 시대이지만, 모바일 생태계에서 ‘오디오’ 콘텐츠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팟캐스트부터 오디오 기반 SNS까지, 오디오 콘텐츠 관련 동향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클럽하우스, 이젠 오디오로 소통한다

클럽하우스는 트위터와 팟캐스트의 장점을 섞은 오디오 기반의 SNS 서비스입니다. 클럽하우스는 이미 앱을 사용하고 있는 유저의 초대장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비공개 베타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 1조 원의 유니콘이 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용자는 앱에 있는 여러 ‘방(rooms)’을 선택해 들어가 자유롭게 음성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듣기만 해도 되고, 대화에 참여하고 싶은 사용자는 손을 들어 참여 의사를 밝히고 발언 기회를 얻을 수도 있죠.


 ‘카카오톡 그룹 콜’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이 서비스는 백만장자와 세계적인 투자자, 유명 CEO 등 인플루언서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새벽에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와 로빈후드의 CEO 테베브가 게임스탑 사태에 대해 논의하여 화제가 됐죠. 현재 벤처투자자들과의 토론 외에도 인플루언서들과의 인터뷰, DJ룸, 네트워킹 이벤트, 연극 공연 및 정치적인 토론까지 다양한 성격의 음성 채팅방들이 운영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며칠 전부터 ‘클럽하우스’의 초대장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클럽하우스 앱 이미지


이게 다 블루투스 이어폰 때문이라고?

클럽하우스에서의 의사소통은  '에어팟 소셜 네트워크'(AirPods social network)로 불리기도 합니다. 애플 에어팟이 처음 등장한 2016년에 판매 대수는 100만 대에 그쳤지만, 2024년 에어팟 판매량이 12억대로 예상되는 등 무선 이어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무선 이어폰 성능이 좋아지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강화되면서, 개인화된 오디오 경험이 가능해졌고 오디오를 타깃으로 관련 서비스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죠. 코로나 19 영향으로 혼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오디오 콘텐츠 시장 역시 덩달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인공지능 스피커와 커넥티드카(통신망에 연결된 자동차)가 확산되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쑥쑥 크는 팟캐스트, 이어지는 인수전

오디오 콘텐츠의 선두주자는 팟캐스트인데요. 팟캐스트란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들을 수 있는, 라디오와 유사한 서비스입니다. 팟캐스트 시장은 2020년 1.2조 원 수준으로, 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비해 1/100 규모입니다. 아직 시장규모 자체가 크지 않지만, 2020년 세계 팟캐스트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24.6%로 예측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경우 팟캐스트 청취자가 2020년 사상 처음 1억 명을 돌파해 1억 750만 명을 기록했는데요. 현재 미국의 팟캐스트 시장은 스포티파이, 애플 팟캐스트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팟캐스트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전도 치열합니다. 애플은 ‘아이팟’과 ‘브로드캐스트’라는 단어를 합쳐 ‘팟캐스트’라는 개념으로 처음으로 정립하는 등 팟캐스트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는데요. 지난 9월에도 사용자의 음원 소비습관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스카우트 FM’을 인수해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또한 공격적인 인수합병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2019년에는 팟캐스트 유통 생산 플랫폼인 김릿(Gimlet Media), 팟캐스트 제작 지원 도구인 앵커(Anchor)를 인수했으며, 2020년에는 팟캐스트 광고/퍼블리싱 플랫폼 메가폰(Megaphone)을 사들였습니다. 미국 코미디언 조 로건(Joe Rogan)의 팟캐스트 독점권을 따내기 위해 약 1200억 원을 지불하기도 했죠.


그밖에도 아마존은 지난달 30일 약 4,500억 원을 투입해 미국의 팟캐스트 업체인 원더리(Wondery)를 인수하며, 팟캐스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입니다. 원더리는 약 1000만 명의 구독자와 100개 이상의 팟캐스트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팟캐스트 제작 업체인데요. 이처럼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독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IP 전쟁이 치열합니다.


팟캐스트에 눈독 들이는 이유? 타깃 독자와 AI 스피커

이들은 왜 팟캐스트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요? 핵심은 매력적인 타깃 독자입니다. 오디오 콘텐츠는 시각 콘텐츠와 달리 다른 일을 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된 콘텐츠인데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습득 욕구가 높은 35살 이하의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죠. 실제로 팟캐스트 청취자는 평균 12~34세의 연령대로 젊고, 주당 6회 이상 반복 청취해 충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과 소득 수준 모두 높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광고하기에 매력적인 고객층이기 때문에 팟캐스트 광고 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성장 중이죠.


또한, 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오디오 콘텐츠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알렉사’ 기반 스마트 스피커 에코, 애플은 스마트 스피커 ‘홈팟’ 등 인공지능 스피커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는데요. 아마존은 최근 팟캐스트 청취를 스마트 스피커 에코의 주요 용도로 만들어, 스마트 스피커에 대한 수요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디오 콘텐츠, 한국은 이제 시작!

아직 한국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내의 주요 팟캐스트 플랫폼으로는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꼽히는데요. 월간활성사용자 기준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2만 명, 팟빵은 3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용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외에도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네이버의 오디오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인 ’나우(NOW)’는 1년여 만에 누적 사용자 수 2000만 명을 모았으며,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인 스푼라디오는 2019년 45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오디오북 서비스를 출시한 밀리의 서재와 윌라의 사용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틱톡 등 SNS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요. 이제 텍스트와 영상, 이미지를 넘어서 오디오 기반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오디오 콘텐츠를 넘어, 가상세계에서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주목받고 있죠.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모두가 익숙해졌는데요. 과연 미래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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